대화·타협·조정 없는 3無 18대국회

입력 2011-06-09 11:00 수정 2011-06-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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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기본으로 돌아가자] ③요원한 정치개혁

“역대 국회 중 최악의 국회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 말이다. 그는 “일방적 강행과 극단적 대치만 존재한다”며 이유를 들었다.

그의 지적대로 18대 국회는 대화·타협·조정이 없는 3無 국회로 전락했다. 대신 폭력과 비방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해머와 전기톱, 쇠사슬 등 조폭영화에서나 등장하는 흉악한 장비들은 더 이상 민의의 전당에서 낯설지 않다. 폭력국회라는 오명은 주요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나마 60%대에 이르렀던 의원들의 표결 참가율은 18대 국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이어졌다. 본회의와 상임위는 의사정족수 채우기에 급급했고, 급기야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들은 해당의원들에게 출석을 읍소하는 촌극까지 빚어냈다. ‘민생’을 들먹이면서 정작 민생법안은 제 발로 걷어차는 이중적 행태마저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로비자금을 합법화하기 위한 정치자금법과 일명 방탄법으로 불린 공직선거법 개악 등 제 잇속 챙기기에는 여야 없이 한목소리를 냈다. 여론의 역풍을 맞자 선관위를 앞세운 청부입법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말 세비를 5.1% 인상한 데 이어 퇴직 지원금까지 챙겼고, 연초부터는 가족수당과 학자금 지원마저 받고 있다. 보신입법 앞에 정치개혁은 자취를 감췄다. 대한민국 국회의 얼룩진 자화상이다.

각 당 내부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한나라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친이·친박 간 계파싸움을 벌려 집권여당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했다. 지난해 세종시 수정을 놓고는 ‘강도론’으로 변질될 만큼 양측의 막말공방은 정국혼란의 주요원인이었다. 여권 최대 고질병 탓에 국정은 표류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지도부에게 되돌아온 건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선 참패뿐이었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석수 절대부족이란 구조적 한계를 내세워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 부재를 변명하고 있다. 당내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면서 대안세력이 되길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낳았다. 구심점이 없는 탓에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 향수만을 자극해야만 했고, 야권연대는 진정성을 잃고 지분 나눠먹기로 비쳐졌다. 극도로 심화된 정치 불신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한나라·민주, 양대 정당이었다.

일말의 개선 여지는 남겨져 있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일명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의안처리 개선법 처리를 합의했다. 국회 폭력을 제도상으로라도 막아보자는 것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폭력국회, 식물국회의 오명을 벗고 품위를 지키며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상생국회가 돼야 한다”며 입법취지에 공감했지만 서로 간 입장차를 접고 대국민약속을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정 노력도 미약하나마 진행되고 있다. ‘국회 바로세우기’ 소속 여당 의원들은 지난해 예산안 파동 직후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린다”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책임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정치를 혐오하고 효율로만 계산했다. 청와대가 정치를 죽이려 했다”면서 “정치개혁에 대한 국회 차원의 의지도 없었지만 정치개혁에 나설 여유 또한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비평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대통령이 국회를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권여당이 힘이 없었고, 힘을 쓰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가 야당과 대화 또는 타협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면서 “결국 야당은 대통령과 직접 상대하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몫은 유권자에게 돌아왔다. 18대 국회를 탄생시켰던 원죄가 있기에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표로 심판해야 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선택해서라도 최악을 피해야 한다. 그간 정책대결을 유도하기보다 지역에 의존해 표를 던졌고, 던졌던 표에 대해선 검증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외면은 민생악화와 정국혼란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 고리를 끊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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