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누가 기업을 죽이는가

입력 2011-05-31 11:00 수정 2011-05-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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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유통경제부장 겸 엔터테인먼트부장

대통령의 ‘입’이 다시 문제다. 대통령의 30일 라디오연설 주제는 노사관계였다. 노사관계라기 보다는 노동자의 파업에 대한 얘기였다. 저축은행사태, 물가불안 등 실제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고 허탈해 하는 그런 주제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단언하면서 기업 파업이 전체 산업을 뒤흔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자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발언이다. 시장경제적 측면에서 파업이 기업과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대통령의 이날 국정연설 중 한 발언에는 대통령이 하기에는 문제가 될만한 말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가령 유성기업 파업사태를 예로 들면서 ‘연봉 7000만원’ 발언은 사실, 지난 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 발언의 연장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 장관의 발언은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일 뿐 사실 그 자체는 아니다. 유성기업 노조에 따르면 연봉 7000만원은 30년이상 장기 근속자 중 일부가 주야간 풀타임으로 근무할 때 받을 수 있는 액수라고 한다. ‘객관적’인 ‘숫자’에 대해 얘기하는데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면 먼저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쌍용차 파업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도 사실관계를 떠나 적절한지 곱씹어봐야 한다. 쌍용차가 파업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금 쌍용차는 새로운 주인을 맞아 신차도 출시하는 등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이를 파업 당시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쌍용차 사태는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여전히 얽혀 있다. 파업이 끝난 이후 목숨을 잃은 이가 15명에 달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는 손으로 꼽을 수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일국의 대통령은 이러한 모든 사실을 감안해 사용하는 언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국민 한명 한명을 소중히 여겨야할 국정 총책임자가 논리를 만들기 위해 한 단면을 짤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의 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 다수는 노동자의 파업보다 대통령의 입이 더 기업과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같아 보인다.

대통령은 올 1월13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일종의 정유업계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으로 해석됐다.

정유업계는 즉각 반발했지만 결국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정유사별로 ℓ당 100원씩 일률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정유 4사가 4000억원대 과징금을 맞은 것은 당시 정부에 반발한 것에 대한 괴씸죄가 적용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제시세보다 비싼 생필품 값 낮춰라”는 말로 대변되는 식품업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더 유명하다. 대통령은 물가를 잡겠다며 식음료에 대한 가격인사를 취임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내려가지 않자 결국 생필품 가격을 조사하라고 했고, 이 얘기가 나오고 공정위가 총대를 멨다.

이러자 한 식품 기업은 올 초 제품가격을 인상했다가 하루도 안 돼 다시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또 원가압박에 부득이 하게 가격을 인상하면 예외없이 공정위로부터 직권조사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통령의 관심이 최근 ‘식품업계’로 옮겨간 듯 하다.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 때와 내릴 때 반영 기간이 다르게 하는 데 투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바로 설탕·밀가루 등 소재기업과 식품기업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식품업계는 ‘제2의 기름값 발언’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과연 ‘누가 기업을 죽이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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