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직격탄...주택시장 급랭

입력 2011-05-29 12:45 수정 2011-05-2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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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완화 조치가 나오고 문의가 좀 늘었다가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가 나오면서 갑자기 조용해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 H공인 대표)

"지금은 매수자가 현격히 줄었고 재건축 아파트는 한 달새 1000만원씩 가격이 떨어졌다"(서울 강동구 고덕동 S공인 대표)

5.1부동산 대책이 발표된지 1개월이 지났으나 부동산 거래 시장은 오히려 더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책이 건설사 살리기 대책으로 폄하될 부동산 거래시장 대책이 부족했던 데다 이달 보금자리주택 5차지구가 선정되면서 주택 구입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5.1 대책 발표 직후 잠시 들썩거렸던 주택시장이 '보금자리 폭탄'에 이내 침체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1개월 동안 거래 건수나 가격 모두 약보합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화로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지난 1일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종합 대책을 내놨다.

건설업계의 당면 위기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주택 관련 규제의 완화를 통해 주택 거래와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었다.

이 중에서도 서울, 과천, 5대 신도시(분당ㆍ일산ㆍ평촌ㆍ산본ㆍ중동)를 대상으로 시행돼 온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거주' 요건을 폐지한 조치가 가장 큰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해당 지역의 1가구 1주택자는 3년 보유, 2년 거주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중 거주 요건이 폐지되면 주택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한 달 동안의 부동산 통계를 정리해보면 아직까지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시장이 굴러가는 양상이다.

부동산114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완화된 수혜 지역의 전월 대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 -0.10%, 과천 -0.47%, 5대 신도시 -0.05%로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신도시 가운데 산본(0.07%)만 유일하게 가격이 올랐고 일산(-0.09%), 분당(-0.07%), 평촌(-0.02%)은 내림세를 보였다. 중동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가격뿐 아니라 거래건수도 급격히 줄어들어 차가운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 서울의 5월 아파트 매매건수는 29일 현재 853건으로 작년 5월 2230건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달 거래 건수는 지난 1월(7347건), 2월(6100건), 3월(5404건), 4월(2932건)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적은 수치다.

양도세 비과세 수혜 지역인 분당의 S공인 관계자는 "비과세 거주 요건이 폐지됐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거주 요건에 묶였던 사람들이 집을 많이 내놓긴 했는데 매수자가 없으니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보금자리주택 5차 지구 역시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각종 지표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악재는 부동산 거래시장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5월이 주택거래의 비수기인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는 점에서 당장 정부 대책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는 했지만 보금자리주택이 곧바로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정부가 발표한 서울 강동(고덕, 강일 3ㆍ4지구)과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교통이 편리한 '준강남권'인 데다 5.1 대책의 핵심인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의 대상 지역이어서 상쇄 효과가 더욱 컸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H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완화 조치가 나오고 문의가 좀 늘었다가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가 나오면서 갑자기 조용해졌다"며 "여기에 6월 위례신도시 분양 등 보금자리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수요자들이 잠잠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과천의 P공인에 따르면 8억5000만원에 아파트를 내놨던 한 집주인이 보금자리 발표 이후 매매가 어려워지자 1억원을 깎아 7억5000만원으로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강동구 고덕동 S공인 대표는 "정부 대책이 나오고 나서 문의가 없지는 않은데 여건을 꼼꼼히 따져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다"며 "지금은 매수자가 현격히 줄었고 재건축 아파트는 한 달새 1천만원씩 가격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달 들어 국지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다소 늘어나는 현상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이는 5.1 대책이 아니라 앞서 발표된 3.22 대책 중 취득세 감면 조치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O공인 대표는 "5월 들어 거래는 조금 잘 된 편이다. 4월에는 5건 정도 성사됐는데 이번 달에는 벌써 10개 정도 팔렸다"며 "115㎡형은 거의 거래가 없었는데 101㎡형이 잘 팔린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 시세는 115㎡형이 10억원대 초반, 101㎡형이 9억원 전후인데 3.22 대책 덕분에 올해 안으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한 1주택자는 취득세율을 기존 2%에서 1%로 감면받기 때문이다.

물론 9억원 초과 주택도 취득세율이 기존 4%에서 2%로 낮아지기는 하지만 시세가 9억원을 넘기 전에 구입하면 1%의 취득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세가 9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린다는 것.

O공인 측은 "101㎡ 아파트는 9억원에서 단돈 100만원이라도 낮추면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9억원 초과 아파트와 이하 아파트는 취득세에서 1천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추가대책이나 기존 대책의 후속조치가 곧바로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침체 상황과 보금자리 악재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속한 대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금리인상과 추가적인 집값 하락 우려로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양도세 비과세의 거주 요건 폐지도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이미 마련한 대책을 빨리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거주 요건 폐지는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대책인데 투자 심리가 죽은 상황이라 효과가 없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이 나오면서 집을 안 사고 버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5.1 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닷새만인 지난 6일 주무 부처인 국토부 정종환 장관의 교체가 결정되는 등 장·차관이 물러난 것도 교체 사유에 상관없이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계기가 됐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관 교체가 5.1 대책과 관련해 시장에 불확실한 이미지를 전달한 것이 사실"이라며 "차기 장관이 확정돼야 정책의 시행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리츠와 부동산 펀드의 신규 분양 허용 등 5.1 대책에 포함된 선진화 방안들이 많은데 아직 후속 작업의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장·차관이 정해지면 후속작업을 본격화하고 대국민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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