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호 외치지 않아도 집단의사 표시하면 시위"

입력 2011-05-2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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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는 "구호를 함께 외치지 않았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한다"며 사회단체 회원 4명에게 1심과 같은 벌금 70만원, 2명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박모씨가 사망하자 작년 4월 초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박씨의 죽음은 삼성에 의한 타살'이라는 취지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신고 없이 집회 및 시위를 한 혐의 등으로 약식기소됐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렬로 장례식장 앞에서 병원 정문까지 함께 걸어간 것은 여러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갖고 일반인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행진해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행위이므로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들이 구호를 함께 외치지 않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며 "집시법상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이지 '시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준비한 현수막 내용은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을 규탄하는 것이 주를 이뤘으며, 유족이 화장장으로 떠난 상황에서 행진했으므로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벗어나 관혼상제에 관한 시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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