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親기업" MB의 말, 속 뜻은

입력 2011-05-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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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부장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5단체장과 만나 정부 정책방향이 반 기업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외원장 등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초과이익공유제’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의 발언을 통해 반재벌 정서를 조장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을 염두에 둔 듯 하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정권말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재벌을 타깃으로 정해 대대적인 사정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대통령으로서는 시중의 이같은 오해를 조기에 불식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경제 5단체장들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달 27일 분당 보궐선거에서 중산층의 충격적인 배반(?)을 목격한 뒤끝이어서 그 필요성은 더 컸을 것이다.

이래선지 이 대통령의 이날 경제단체장들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정부는 기업을 잘 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어떻게 하든 그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해 보인다.

그러나 진정성이 문제다.

이 대통령이 이날 한 말 중에 재계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 묻어있다.

이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과 관련, “총수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배려하면 문화가 바뀔 수 있고 그것이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이나 제도로 강제한다고 되지 않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반성장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다른 표현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그 저변에는 기업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 잘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계는 대통령이 이날 오찬 모임을 통해 일부 참모들의 너무 앞서 나가는 행보에 제동을 걸고, 기업친화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반응이다. 이 대통령이 아직도 기업친화적인 사고가 아니지 않느냐는 게 속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동반성장정책의 저변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재벌그룹을 타깃으로 정해 공격함으로써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정서가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층 내부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벌과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해 공격함으로써 서민대중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권 핵심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SK이노베이션 등 일부 수출 대기업들이 1분기에 조 단위의 대규모 흑자를 내고, 대주주에 대한 고액배당을 문제 삼아 ‘너희들만 배부르면 그만이냐’고 투정을 부린다. 그보다는 다들 어려운 데 한국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주요 수출 대기업들이 눈부신 성과를 낸데 대해 칭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권력핵심층 사이데는 재벌그룹들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아래 성장한 만큼 그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운찬 위원장이 “재벌들 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 그렇다. ‘정부의 말에 대들 정도로 건방지다’는 의미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재계가 반대의사를 밝힌 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다.

곽승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곽 위원장은 지난달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벌들이 너무 힘이 세서 연기금이 주주권행사를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대기업을 압박한 것도 모자라서 관련부처들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기름값과 통신요금을 인하하라고 압박하면서 정부가 힘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서 지적했듯, 권력은 한번 휘두르다 보면 점점 더 그 유혹에 빠져드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남은 기간 동안 힘으로 한번 해보자다는 위험한 생각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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