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연기금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을 압도하는 등 새로운 ‘권력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예전의 소극적인 지수방어적 투자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주도주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 주주권 행사 논란이 불거진 지금, 향후 연기금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 꾸준한 순매수세를 보였다. 28일 한국거래소의 집계 결과,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3조2395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1조1000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외국인이 21조5731억원, 연기금이 9조85억원을 사들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수주체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매수 행보에서도 올해 2월 3조5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3월에 1조2000억원, 4월 들어서는 3조원을 순매수하는 등 종잡을 수 없지만 연기금은 지난해 매월 순매수한데 이어 1월 8000억원, 2월 7000억원, 3월 1조1000억원, 4월 6000억원씩 꾸준히 사들였다. 투신권과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뒷받침한 것.
연기금의 전략적 투자도 두드러진다. 최대 규모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증시에서 주도주 역할을 톡톡히 하는 화학업종 지분을 대거 늘려 수익률을 높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84개 종목 중에서는 화학주가 14개로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은 올들어 OCI 지분 5.10%를 신규 취득했고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을 6.58%에서 7.59%로 높였다.
화학 업종 다음으로는 신한지주 등 금융(9개)과 현대모비스 등 운수장비(7개)를 많이 샀다. 회사 크기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300위권에 드는 중형주(34개)를 주로 매수했다. 또 시총 300위권 밖의 소형주(10개)보다는 시총 100위권 안의 대형주(23개)를 선호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화학 업종이 잘 맞아떨어진 실적과 경기, 수급 덕분에 매우 우수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 현재로선 이를 선호한 연기금이 영리한 투자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