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비(雨)오면 스윙이 빨라진다?

▲비오는 날의 골프는 서두르면 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스윙을 천천히 하고 준비물도 세심하게 갖추는 골퍼가 이긴다. 사진은 비오는 날에 플레이 중인 프로골퍼 이정민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한다.‘바람불어 좋은 날’은 골퍼에게 즐거움이 못 된다. ‘비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실수때문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비의 양이 적거나 많거나 간에 이만 저만 귀찮치가 않다. 무엇보다 플레이가 자유롭지가 못하다.

누가 유리할까. 이런 날은 성격이 느긋하고 경험이 많은 골퍼가 잘 친다. 사실 비가 오면 가장 큰 문제는 ‘서두르는 플레이’를 하는 것. 이때문에 정상적인 샷을 하지못하고 순간적으로 무너진다. 평소와 다른 플레이가 나온다.

묘하게도 비가 내리면 급해지고 빨리 칠려고 한다. 이탓에 백스윙이 유독 빨라져 리듬이 깨지고 급격하게 내려치는 샷이 된다.

백스윙만 천천히 해도 성공이다. 볼도 잘 구르지 않는다. 잔디가 젖어 있기에 캐리가 전부다. 따라서 탄도를 높여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티샷을 할때 볼을 평소보다 왼쪽 발쪽에 놓아 헤드가 올라가다가 맞는 어퍼블로로 탄도를 높인다.

잔디가 아직 덜 자란데다 젖어 있어 정확한 샷이 요구된다. 깊게 찍으면 뒷땅을 치고 걷어치다가 볼의 대가리(위)가 맞는 토핑이 난다. 아이언보다 우드를 적절히 사용해 거리를 낸다. 습도가 많으면 거리가 덜 난다.

비가 오는데다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사이에 워터해저드가 있다면 두클럽은 더 봐야하고 맞바람이 불면 클럽선택을 다시한다. 이를 위해 한,두클럽 길게 잡은 뒤 그립을 내려 잡는다. 정확한 타구를 해야 원하는 거리가 나온다.

칩샷이나 치핑을 할때도 스윙은 그대로 두고 클럽만 바꿔서 한다. 경험이 있겠지만 비오는 날에 어프로치를 할 때 샌드웨지는 때로‘쥐약’이 된다. 어프로치가 늘 짧고 뒷땅을 치거나 토핑이 잘 나온다.

그린에서는 보다 강하게 볼을 때리거나 테이크백과 폴로스루를 크게해 거리를 맞춘다. 물기가 있는 그린은 확실하게 덜 구른다. 경사면도 거의 라인을 타지 않는다. 직선으로 치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비오는 날은 어수선해 집중력이 떨어지므로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다. 느긋하면 할수록 좋다. ‘느림의 미학’이 통하는 것이 비오는 날의 골프다.

비가 오는 날은 준비물도 달라야 한다.

방수용 골프웨어는 필수다. 그안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으로 껴 입어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골프화 역시 방수가 되는 것을 준비한다. 양말도 서너개 정도 갖춰 젖으면 바로 갈아 신는다. 후드가 있는 상의는 퍼팅 시 모자가 젖어서 빗 방울이 볼 위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장갑을 여러개 캐디백에 넣는다. 젖어도 덜 미끄러운 합성피혁제품이 좋다. 장갑이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 봉투도 필요하다. 여분의 비닐 봉지에 핸드폰이나 지갑 같이 물에 젖어서는 안 되는 물품을 보관한다. 마른 수건도 스코어를 줄이는 무기다. 물에 젖은 볼과 그립을 수시로 닦아야 한다. 물기가 있는 그립은 100% 미스 샷의 원인이 된다.

비오는 날에는 준비물을 철저하게 갖추는 골퍼가, 수중전 플레이 요령을 터득하고 필드에 나서는 골퍼가 잘 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