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 정부 주도 성장 말聯도 변화를 선택하다

입력 2011-04-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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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나지브 총리…'아시아적 가치' 성공사례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말레이시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매년 한국보다 높은 위치에 오르며 동남아의 우등생으로 우뚝 선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해 세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말레이시아는 10위를 차지하며 한국보다 13계단이나 앞섰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전체 1위인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에 이어 4위였다.

말레이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 개개인의 자질, 교육수준은 물론 공무원들의 부패나 노동자들의 근면성 면에서 한국에 비해 까마득히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IMD는 6년째 한국보다 말레이시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총리 때부터 이어져온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엘리트 공무원들의 일관된 노력의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81~2003년까지 22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말레이시아의 빠른 현대화와 아시아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하티르는 영국에 의존하던 외교 및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를 개방하는 한편 아시아의 경제의 선발국이던 한국과 일본의 노동윤리를 배우겠다는 취지에서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펼치며 고무와 주석 밖에 팔 것이 없던 말레이시아를 제조업의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는데 헌신했다.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 플로톤이 영국 로터스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도 1994년 마하티르 총리 재임 시절이다. 일본 다이하쓰공업의 기술을 도입한 소형차 메이커인 프로두아도 이 때 설립됐다.

리더의 비전이 있어 말레이시아는 비로소 산업화 국제화로 국가 백년대계의 틀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비전은 오랜 식민 생활에 찌들어 있던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무하기까지 했다.

마하티르 정부는 1997년 외환 위기를 자체 극복하는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당시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말레이시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본 자유화 처방을 거부하고 자본 유출입을 엄격히 규제했다.

당시 자국 통화인 링깃화의 달러화 환전을 금지하고 외국에 있는 링깃화는 2달 안에 모두 말레이시아로 회수했다. 또 자국 증권을 산 외국인이 그 증권을 전매할 경우 1년을 기다리도록 했다. 이 같은 자본통제는 말레이시아 경제를 해외 금융·외환시장으로부터 차단한 뒤 안정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었다.

기업과 국민들은 리더와 정부를 믿고 그 조치에 기꺼이 따랐다. 이후 통화 공급량 확대, 금리인하, 공공지출 확대 등 단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자력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경제위기를 자체의 힘으로 딛고 일어선 마하티르와 주변의 관료들은 자신감을 얻고, 환란 몇해전에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환란으로 잠시 주춤했던 ‘제2의 비전’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국제화에 이은 ‘경제구조의 개선’이 바로 두번째 비전인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고무 플랜테이션과 주석 채굴, 천연가스 굴착 등 광산업에 집중된 경제 구조가 심각한 문제였다.

이 같은 경제체질과 구조로는 그나마 일궈놓은 산업화는 그야말로 ‘조그마한 성공’에 그치고, 1997년의 환란과 같은 외생변수에 의한 경제위기를 반복해서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말레이시아 관료들을 짓눌렀다.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던 것이다. 여기에 마하티르와 엘리트 관료들의 고민이 있었다.

마하티르 정부는 이 같은 경제구조의 모순을 깨기 위해 ‘와와산(Wawasan, 말레이어로 ‘비전’의 의미) 2020’ 추진에 열정을 쏟았다. 이는 광산업에 집중된 산업을 다각화해 2020년까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말레이시아에선 ‘와와산 2020’이 진행 중이다.

마하티르 정권 이념을 이어받은 나지브 라자크 현 총리는 ‘와와산 2020’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인프라 건설에 7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경제성장률을 연 6%대로 올려놓겠다는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와와산을 향해 모든 행정력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계획이 실현될 경우 말레이시아인의 1인당 GDP가 약 7558달러에서 2020년에는 1만5000달러로 뛰며, 2020년에는 이슬람권 최초로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관리들은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유능하고 효율적이지만 ‘관치’만으로 국가를 이끌기에는 경제규모가 커진 것이다. 더구나 산업화가 가져온 국제화 자유화의 물결은 ‘관치’라는 물리력을 통해 국민을 끌기에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 관치는 내려놓고,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서남아팀의 백유진 연구원은 “말레이 토착민인 부미푸트라에 대한 지원과 외국인의 직접투자 활성화가 말레이시아 정부가 당면해 있는 장기 과제”라고 밝혔다.

사회 재분배와 빠른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투자장벽으로 작용하는 대(對)부미푸트라 정책을 점차 완화시켜나가는 동시에 기업활동에 유리한 투자환경을 조성해나가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해외 투자자들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재능있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현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백 연구원의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관치’위주의 국가발전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총리의 고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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