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실세 이재오 특임장관의 대권 선회에 이어 뒤질세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차기 도전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박근혜’라는 거목에 대항할 친이계 내부의 잰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재오 장관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당내 친이계 의원 36명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지난 13일 북한산 모임의 연장선상이다. 차기 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한 세 결집 차원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 장관측은 “음해하려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킹메이커는 안 하겠다”는 이 장관 말에 대해선 일정 부문 시인했다.
핵심측근은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장관이 ‘킹메이커 한번 했으면 됐지, 또 하느냐’는 얘기는 종종 한다”면서 “정색을 하고 한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겸손함의 일환”이란 말도 덧붙였다. 최근 들어 친이계 의원들과의 잦은 모임에 대해선 “친이가 주류인데 전부 팔짱끼고 뒷전에 물러나 있다. 정국을 이끌고 나가려면 주류들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비주류의 목소리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자성이 필요하고, 주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이 장관이 푸싱(pushing)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미국행 비행기에 나란히 몸을 실은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도 하루 시차를 두고 대권 도전 의사를 연이어 피력했다.
오 시장은 현지시간으로 18일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치환경은 늘 유동적이고 시대상황도 변화하기 때문에 뜻한 바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복지 포퓰리즘이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점을 제기해온 나로선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에 방점이 찍힌 발언으로 측근인사는 이에 대해 “환경변화에 따라 대권 도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하루 뒤인 19일(현지시간) 오 시장보다 좀 더 명확하게 대권 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이날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국가안보, 일자리창출, 복지 등 대선주자로서 갖춰야 할 정책방향을 구체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