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부는 女風]‘걷고 싶은 보도블록’엔 그녀의 魂이…

입력 2011-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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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콘크리트 산업 유경희 대표

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보도블록이지만 온 정성을 쏟는 이가 있다. ‘당신(유)이 걷고 싶은 대(한)민국 보도블록’을 만드는 유한콘트리트 산업 유경희 대표다.

유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 친환경적 요소가 담긴 새로운 개념의 보도블록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 브랜드명 개발해 보도에 디자인, 기능 담아

▲유한콘트리트 산업 유경희 대표가 보도블록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유경희 대표(사진)는 1977년에 설립된 유한 콘크리트 산업을 지난 2006년 부친의 병환으로 인해 가업을 승계했다. 경영을 맡은 유 대표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벽돌 등의 건축자재 사업에서 특화된 분야를 찾다 ‘보도블록’사업을 선택했다.

유 대표는 “당시 신규 투자나 업종 전환이 쉽지 않아 우리가 가진 기술과 인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생각해보니 ‘보도분야’가 떠올랐다”며 “상호는 유지하되 브랜드 명 ‘에코스톤’을 내세워 보도 시리즈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지보수가 가능하고 제조 과정에서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표면처리도 가능하다는 보도블록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에코스톤은 유 대표가 직접 고안해 낸 제품명으로 천연돌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강도가 아주 세 현장에서도 환영받는 블록 중 하나라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시공 현장에서 보도블록은 옮기는 과정에서 깨질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우리 제품이 매우 튼튼해 손실비율이 없어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보람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유한의 에코스톤은 일반 도로 외에도 도로에 기능성을 가미한 환경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개천 옆에 일반 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함께 조성한 송파구 실개천, 일반인 보행에 불편을 주던 기존 점자 블록과 달리 녹지 자체로 장애인, 일반인에게 각각 경계를 알려주는 배리어존(띠 녹지) 등이 그 얘다.

이처럼 디자인, 기능적 요소가 가미된 도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 대표는 업계 흐름보다 한 단계 앞서 디자인 부서를 구성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유 대표는 “디자인 외주를 주던 사업 초기와 달리 지금은 디자인 팀이 구성돼 있으며 매출액의 5%는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연 매출 50억을 기록하고 있어 직원 1인당 부가가치는 2억5000만원 정도”라며 “향후 직원 당 가치를 3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고 포부를 밝혔다.

◇ 직원은 생산현장, 사장은 영업현장

“사장은 생산개발 현장에 될 수 있으면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게 좋다.”

▲유한콘트리트 산업이 개발한 보도블록을 사용해 한강 모 아파트 현장 센터앞을 조성한 시공사진.
현장에서 직원과 함께 뛰는 대부분의 중소기업 여사장들에 비해 유 대표의 현장론은 좀 다르다. 직원들을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는 강한 신뢰감을 줘야한다는 판단에서다.

유 대표는 “사장이 작업장에 가면 직원들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야근, 주말 특근할 때에만 함께 있어준다”며 “오히려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교육환경 등을 제공하는 데 더욱 집중하는 편이다”고 설명

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을 믿고 생산 현장에서 가지 않는 시간을 영업, 보도 현장에서 활용한다. 그는 “서울시 도로는 거의 다 아는 편이이라 현장에 가서 보도 작업 진행여부, 시공방법 등을 살펴본다”며 “보도는 완제품이지만 시공 방법, 기술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다르므로 현장에서 직접 기술지도도 한다”고 말했다.

관공서의 경우 공무원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는 것부터 일반 수요기관을 컨택하는 부분까지 영업의 대부분도 유 대표의 몫이다.

유 대표는 “특히 관공서의 경우 날짜를 정해 서울 25개 구청, 경기도 31개 시군을 찾아갔고 간혹 완고한 담당자를 만날 경우는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가 인사만 하고 왔다”며 “이런 분들이 마음을 열게 되면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우리 제품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은 무엇보다 사람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녀는 “처음부터 영업을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러간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카다로그도 들고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과 관련되지 않은 얘기를 나누다보면 오히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진심이 통하게 된다”고 자신했다.

◇ 가족친화적 경영은 곧 ‘대면’

“내가 만든 물건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블록은 만든 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파헤치지 않는 한 계속 그 자리에 있다.”유 대표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유 대표는 “직원들이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해줘서 늘 감동이고 고맙다”며 “그들도 준 공공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물건을 열심히 만든다”고 말했다.

20명 남짓한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유 대표는 가족친화적 경영을 위해 얼굴을 자주 보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혼자서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 직원들 모두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가능하면 점심을 같이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며 “또 생일을 맞이한 직원과는 티타임을 가지며 마음이 담긴 선물도 건낸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직원 사택이다. 이는 부친이 경영하던 때부터 이어져오던 전통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77년 당시 사옥을 짓기도 전에 직원 사택을 먼저 만든 회사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받아 직원들에게 15평짜리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택 외에도 학자금과 자녀 수당 등을 제공한다”며 “쌍둥이 자녀를 둔 직원은 두 배의 수당을 받아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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