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실용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입력 2011-03-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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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부장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어디로 가려는지, 또 정책의 목표가 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2월 25일 취임사를 통해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했다. 이론이나 이념에 천착하기 보다는 현실에 맞는 효율적인 정책, 파벌이나 분파 대신 니편내편을 가리지 않는 통합의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출범 3년여가 지난 지금 어떤가?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지역간 계층간 종교간 세대간 갈등으로 갈등구조가 한층 세분화·복잡화됐다.

‘대기업 CEO 출신인 만큼 경제는 자신있다’던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무색해졌다.

효율을 내세운 실용주의는 오래전에 용도폐기됐다. ‘비즈니스 프렌드리’를 외쳤지만,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한 기업인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철학과 원칙이 없다. 정책의 목표가 분명치 않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고 혹평할 정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현 정부가) 그래도 계속 성장을 해왔으니 낙제점은 아니겠죠”라고 평가했다. 낙제는 면했다지만,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들어 내세울 만한 실적이라곤 수출과 국제수지 뿐이다.

정부는 환율 정책 덕이라고 공치사하겠지만, 실상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기업들의 공이 크다.

정부가 올해 물가 안정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국정의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제시했지만, 앞날이 캄캄하다.

물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고 있다. 이 상태라면 3월 소비자물가가 5%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경제운용정책 전반을 뜯어고쳐야 할 지경이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농수축산물 가격 급등 등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지만, 금리인상을 실기한 탓도 무시 못한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내놓는 정책수단들은 가관이다.

초과이익공유제가 대표적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대기업이 목표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경우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을 제시했다.

정부 안에서 조차 찬반이 엇갈리자, ‘정책은 아니며 아이디어’라고 한자락 뺐다.

급기야 재계를 대표해 이건희 회장이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 마저 좌파적 발상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런데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익공유제의 취지는 살리자며 여운을 남겼다.

이번에는 중소기업청이 ‘원가인증제’라는 걸 들고 나왔다. 초과이익공유제의 시리즈2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 등의 노력으로 생산원가를 낮춘 데 대해 대기업이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넣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영업비밀만 노출된다’며 반발한다. 대기업들은 ‘원가절감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량화하느냐’며 회의적이다.

누굴 위한 정책인 지 모호하다. 대표적인 탁상정책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정책의 목표가 정해졌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도 그 못지 않다. 그 안에 정권의 철학이 담겨야 함은 물론이다.

정책의 철학이 없으니, 감성에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의 표시’나 ‘국민 정서’를 내세우며 기업들을 옥죄는 각료까지 있다.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 참석해 “영업이익이 나는 정유사들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이나 제당업계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적자를 보더라도 정부 정책에 협조하라는 취지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인정치 않는다는 뜻 아닌가.

무엇보다 최 장관은 취임 초 자신이 회계사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유사의 가격을 철저히 뒤져 부당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장담했다. 두달 가까이 정유사들의 자료를 샅샅히 뒤져보았으나 별 것이 없다는 뜻 아닌가.

이에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이익을 냈다고 발표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사람들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해서 이익을 덜 내라는 말인지, 이익을 많이 낸 만큼 국민들을 위해 내놓으라는 말인지 의도가 명확치 않다.

어느 경우든 적절치 않다. 시장자본주의 국가 장관이 할 소리가 아니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또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걱정이다.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들이 쏟아질 경우 후유증은 국민들이 감당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국정을 실험대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년이 채 남지않은 집권 기간 동안 제발 이 말 만은 지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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