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100단’·‘얌체형’이 성공한다

입력 2011-03-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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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관계 현명하게 다루는 기술 필요… 아부도 능력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 반나절 이상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업무량에 따른 것도 있겠지만 직장인들에 따르면 사람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직장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당연하긴 하지만 그것이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집에서보다 더 생활을 많이 하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자신의 ‘입신양명’보다 몸이 먼저 축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미국의 심장 전문 의사 로버트 엘리엇(Robert S. Eliet)의 저서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서 나온 명언이다. 이 말대로 ‘즐기기’까지는 어렵겠지만 직장 내 사람 관계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람 관계를 특별히 여기는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더 중요하다. ‘처세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료제공=사람인
◇직장생활 ‘처세술’ 눈치가 최고= 온라인 취업포탈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2322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처세술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무려 97.8%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직장인들은 처세술 가운데서도 ‘눈치, 상황 판단력’을 가장 필요하다고 여겼다. 무려 44.5%의 직장인들이 ‘눈치’를 최고로 꼽았다.

최근 모 자양강장제 TV광고가 한 예다. 주말에 회사 사장님이 직원들을 이끌고 등반대회를 연다. 직원들은 주말에 산에 오른다는 것이 불만이다. 하지만 한 눈치 없는 직원이 사장님에게 한 마디를 한다. “사장님, 너무 좋네요. 매주 오시죠.” 순간 모든 직원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풀썩 주저앉는다.

직장인들은 비록 광고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얘기한다. 한 게임업체에 근무 중인 직장인 김모씨(32)는 “실제로 광고와 같이 주말 등반대회를 한 차례 가졌다가 한 직원이 ‘지속적으로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산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매주 가는 게 아니라 불행 중 다행”이라는 자평이다. 눈치 없는 동료 덕에 주말 휴일을 반납한 경우다.

반면 눈치로 상사의 환심을 사 직장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모 IT업체에서 근무하는 조모씨(32)의 회사 동료가 그렇다. 조씨의 회사 동료는 상사의 ‘썰렁한’ 유머에도 박장대소한다. 또한 눈치가 빨라 상사의 기분에 맞춰 그에 따른 대응을 한다. 때문에 조씨의 회사 동료는 상사들에게 ‘일 잘하는 직원’으로 꼽힌다.

조씨는 “그 동료가 해당 업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상사들이 칭찬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눈치 빠르고, 사회생활 잘하는 게 일 잘하는 거라니 아이러니하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눈치가 직장인들의 처세술 중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두 번째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12.7%의 직장인들이 꼽았다.

한 중소기업 마케팅부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박모씨(28)는 “평소 올곧은 말을 하는 버릇 때문에 상사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것 같다”며 “필요할 때는 돌려서 말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성격 때문에 힘이 든다”고 말했다.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한 예다.

▲자료제공 = 사람인
◇ 눈치 백단 ‘과장님’= 직장인들 중 처세술을 잘 활용하는 직급은 무엇일까.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현재 처세술을 활용하는 직장인들은 전체 중 54.5%에 달했다. 그 중 직급별로 따지면 과장급들이 가장 많았다.

직급별로 살펴본 처세술을 활용하는 직장인들의 분포는 ‘과장급’(66.7%, 복수응답), ‘임원진’(64.6%), ‘부장급’(59.2%), ‘대리급’(59.1%), ‘평사원’(48.9%) 순이다. 과장급을 제외하면 직급이 높을수록 처세술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인들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과 융화돼야 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장급, 임원급들의 처세술 활용도를 보면 이들의 ‘내공’을 알게 해준다.

특히 과장급은 가장 처세술을 많이 활용하는 직급이다. 모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 중인 직장인 이모씨(40)는 “상하 간의 조화를 이끌고 지키는 게 과장급들의 처세술”이라며 “이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과장급들의 숙원 중 하나다”고 밝혔다.

한 중소기업 과장도 “과장들은 살아남기 위해 위아래를 조율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면서 “어쩔 수 없이 아부 및 각종 처세술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공하는 직장인 처세술은 ‘얌체형’= 성공하는 직장인들 가운데 처세술을 활용한 ‘얌체’ 같은 유형들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15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눈치 빠르고 물정에 밝아 자신에게 이득 되는 게 있으면 어떻게든 잇속을 차리는 ‘얌체형’이 가장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전체의 1/3이 넘는 34.1%의 직장인들이 이 유형을 지목한 것.

많은 직장인들이 이 유형을 선택한 이유는 눈치가 빠른 ‘얌체형’들이 사내 정보 확보에 능하고 자신을 위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 직장 내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유형은 동시에 동료 직장인들이 싫어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얌체형’을 동료로 두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전혀 티 안내다가 자기 혼자 일처리를 해버려 나만 우스운 꼴이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상사로부터 눈도장을 받는 사람은 결국 그 동료이기 때문에 한편으론 그런 성격이 부럽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얌체형’들의 사례는 직장 내에서 처세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준다. 자기 혼자 ‘정도’를 걷겠다며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건 동료들의 승진 소식뿐이다.

성실한 업무 능력으로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처세술로 기회를 잡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살아가려면 ‘적당한’ 처세술은 필수 요소라는 게 한국 직장인들의 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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