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 "책임을 공유해야..."

입력 2011-03-04 11:24 수정 2011-03-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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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기업 살리기 신호탄으로 봐도 되나?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계열사 진흥기업에 돈을 빌려줘 간신히 목숨을 구해준 효성그룹 이상운 부회장이 책임을 공유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3월 CEO레터'를 통해 "서로 책임의 범위를 줄이려고만 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멍이 뻥 뚫리게 되고, 그 사이에서 치명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공격과 수비를 전천후 누비는 박지성선수처럼 원래 자기 몫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미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 일, 네 일이 아닌 우리 일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마지막으로 "바다 위에 둥둥 뜬 섬처럼 서로 떨어져 일하지 말고 어깨동무 하듯 서로가 책임을 공유하며 최선을 다하는 기업문화를 정착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며 당부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평범할 수 있는 CEO의 '책임의식 공유'메시지가 최근 효성이 보여준 계열사 살리기와 함께 풀이되 "효성이 진흥기업을 잘라내는것 아니냐"던 일부 전망을 일축시켰다는 평이다.

효성은 지난 2일 진흥기업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는 5월24일까지 한시적으로 연 8.5%금리로 자금을 대여했다. 진흥기업은 지난 2월 28일 신한, 우리, 하나은행으로부터 지급제시된 전자어음 255억에 대해 결제 하지 못해 1차 부도처리 되었으나 효성의 긴급 수혈로 부도위기를 모면한 것. 이에 대해 채권단은 "효성이 대주주로서의 자구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효성측은 "채권단이 먼저 진흥기업에 대한 추가자금을 지원해 줄 것"으로 요구해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한편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효성은 오는 18일 제 56회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으며 이날 지난해 재무제표승인과 반도체 및 정보통신부품 제조 및 판매업 사업 추가 안건, 이사와 감사위원등의 선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진흥기업과 관련된 별도의 논의 사항은 예정에 없다"고 효성 관계자는 전했다.

<이상운 부회장 CEO레터 전문>

책임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이 지나가고 드디어 봄이 찾아왔습니다. 때 되면 돌아오는 계절임에도 봄은 항상 희망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생명을 움트는 봄의 기운을 받아 우리 효성 가족 모두 보람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최근 들어 매우 어처구니 없는 사고소식들이 언론지상을 장식했습니다. 최첨단기술의 집약체라는 KTX열차가 자그마한 너트 하나 때문에 탈선을 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동되어야 할 원자로가 30cm 짜리 드라이버 때문에 가동중지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칫했으면 엄청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을 이런 사고들이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작 및 정비 상 일어난 작은 실수들을 미리 알아내 조치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광명역 KTX 탈선사고만 해도 그렇습니다. 출발 전 열차의 이상유무를 파악하고 조치해야 하는 현장기술진은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알아내지 못하고 응급조치만 취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바람에 관제센터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잘못이 발생하게 된 것은 최종점검을 맡은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지 않고 ‘여기까지가 내 할 일’이란 식으로 선을 그어버린 탓입니다. 열차만 움직이게 하면 내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이후의 일은 남에게 떠넘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책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로의 의견이 자주 상충되는 것이 바로 책임의 범위입니다. 책임을 어려운 것, 부담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져야할 책임의 범위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책임의 범위를 각자가 줄이려고만 하다보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멍이 뻥 뚫리게 마련이고 그 사이에서 치명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포메이션 상 자기 위치만 지키고 있는 선수들로 이루어진 축구팀을 생각해 봅시다. 이런 팀은 선수와 선수 사이에 누구의 책임인지 불분명한 공간이 많이 생기게 되고 공만 바라보다 선수를 놓칠 가능성이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공격할 때는 공격수만, 수비를 할 때는 수비수만 있다 보면 늘 상대방 보다 숫자가 모자라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팀이 경기에서 이기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 분명합니다.

얼마 전 국가대표를 은퇴한 박지성 선수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 자기가 맡은 위치 외에도 최전방부터 수비까지 경기장 전 지역을 줄기차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사실 공격수인 박 선수가 수비에까지 적극 가담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설사 팀이 골을 허용하더라도 이는 수비수와 골키퍼의 책임이지 공격수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이처럼 헌신적으로 뛰어다니는 이유는 경기장에 들어가 뛰고 있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팀의 승리라는 확고한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팀이 이기기 위해서라면 원래 자기 몫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박지성 선수의 미덕이요, 그가 거쳐간 모든 팀의 감독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MIT의 조너선 번즈 교수는 <레드오션 전략>이란 책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에 신경 쓰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말은 자기가 맡은 부서의 목표는 달성하고자 노력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간혹 위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내가 할 책임은 다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들을 보게 됩니다. 시키는 일 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보다야 나을지 몰라도 그런 수준에서 머무르게 되면 성과 극대화는 물론 개인적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 일, 네 일이 아닌 우리 일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다 위에 둥둥 뜬 섬처럼 서로 떨어져 일하지 말고 어깨동무 하듯 서로가 책임을 공유하며 최선을 다하는 기업문화를 정착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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