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變]삼성 “넷세대 알아야 글로벌 1위 지킨다”

입력 2011-03-03 11:01 수정 2011-03-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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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변화에서 길을 찾다... 젊어지는 삼성, 소통의 길 열어

-‘군림하지 말고, 찾고 이끌어라’

- 소비자 눈높이 맞춘 21세기 창의적인 조직문화 만들기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이 ‘젊은 경영’의 선봉자로 나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해 온 10년·100년 뒤의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한 삼성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

그 첫번째 변화가 ‘시대의 흐름에 맞춘 소통’이고, ‘넷세대’의 이해가 그 수단이다.

삼성그룹에서‘넷세대’인 대리급 이하 직원이 전체의 40%를 넘는다. ‘넷세대’는 기업의 생산력이면서 구매자다. 글로벌 시대에 1위를 유지하기 위해 넷세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삼성의 소통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 젊어져야 글로벌 1위 지킨다...끊임없는 소통해야

삼성그룹 경영진은 넷세대에 대해 ‘열공’하고 있다. 젊은 조직으로 경영 문화를 바꾸는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39층 사장단협의회 회의실에서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를 초청해 ‘넷세대의 이해’란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또 지난 2일에는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를 강사로 ‘글로벌 경쟁 시대의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뤄졌다.

함인희 교수와 조벽 교수의 강의는 모두 넷세대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주된 내용이었다.

함 교수는 “넷세대는 IMF라는 어려운 시기에 태어났고 취업할 시기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는 등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25~30세의 젊은 층”이라며 “‘선택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협력이 강하다”며 “다문화에 익숙하며 일과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세대”라고 덧붙였다.

조벽 교수는 “21세기 리더는 새로운 사고방식 틀의 도입하고 직원을 생산력이 아닌 생동력(change agent)으로 여겨야 한다”며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직원의 생태계(가족 등)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회사는 구성원을 보호해주고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성원의 실수를 이해하고 엉뚱한 것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 관계자는 “두 강의에선 사장단 임원 전체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질문이 오고갔다”며 “변화하는 삼성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라며“미래 신사업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유망기술을 찾아내야 한다”며 “창의력과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하자”고 덧붙였다.

◇‘군림하지 말고 찾고 이끌어라 그리고 인재에 투자하라’

삼성그룹의 변화는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토대로 ‘지행(知行) 33훈(訓)Ⅱ’이란 새로운 경영지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삼성은 지침을 책자로 만들어 신규 임원 전원에게 배포했다. 지침은 최근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행은 지행용훈평의 준말이다. △알아야 하고 △행동하고 △인재를 쓸 줄 알아야 하고 △가르쳐야 하고 △평가할 줄 아는 실력을 뜻한다.

삼성은 33개 지침 가운데 인재 확보를 특히 강조했다.

천재급 인재와 우수한 여성 인력은 장학금을 주고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사팀에 특수 인력·핵심 인력을 찾는 전문가를 확보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삼성그룹의 인사가 새로운 지침을 바탕으로 이달부터 시작됐다. 삼성은 발탁(연한에 앞서 승진)자의 비중를 지난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늘릴 방침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직급에 머물러야 하는 승진 연한을 1∼2년 축소해 승진 및 발탁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를 확실한 성과 중심 문화로 바꾸려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 차이가 3~5배 나야 일류기업’이라는 이 회장의 지침을 현실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대 핵심 인재를 붙잡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며 “능력에 따른 연봉체계는 유능한 인재를 붙잡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고 말했다.

채용문화도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에 뽑은 신입사원 중 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일 입사식을 가졌다. 입학식 또는 입사식에서 하는 국민의례나 예국가 제창이 없었다. 사가도 부르지 않았다. 형식을 파괴한 것이다.

김현종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의 인사말로 시작해 입사자들의 부모가 보낸 ‘자녀에게 주는 메시지’란 이름의 영상이 나왔다. 몇몇의 삼성전자 임원과 신입사원들이 ‘선배와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이후 신입사원들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영상이 흘러 나왔고 신입사원들은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췄다.

◇ 삼성 변해가는 시장 환경 적응하려 젊은 조직화

삼성그룹의 세대 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삼성그룹 간판급 원로 경영인인 이수빈 삼성생명 대표이사 회장과 현명관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과 현 회장의 퇴진은 삼성 경영진의 점진적인 세대 교체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당시 삼성은 디지털시대를 맞아 기업경영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연령도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0월 멕시코 출국장에서 ‘젊은 조직론’을 강조했고, 같은 달 30일 입국장에서는 ‘젊은 리더’를 강조하면서 물리적인 나이를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3세 경영을 염두해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3세 승진과 함께 핵심인사를 제외한 경영진의 대대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그러나 3세 경영의 전진 배치 만을 위한 세대교체는 아니었다. 변화의 규모가 크다. 사회의 주류가 넷세대로 넘어오면서 삼성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젊어진 삼성이 한순간에 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은 2008년 인사에서 61세 이상의 CEO를 퇴진시켰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넷세대 형성 기반인 쇼셜네트워트서비스(SNS)가 국내외에서 자리 잡던 시기다.

2009년 인사에서는 50대를 사장단의 주력으로 포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신임사장의 평균 연령은 2008년 61세, 2009년 54세, 지난해는 53.7세, 올해는 51.3세로 낮아졌다. 삼성 사장단 전체 평균 연령도 57.9세에서 55.8세로 젊어졌다.

대외 활동을 하는 임원도 젊어졌다. 지난 1월28일 4분기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임원들은 1961~1964년생이었다. 이날 김명호 메모리마케팅 상무, 이정렬 LCD 기획팀장 전무, 이영희 무선 전략마케팅팀 그룹장 전무(사진), 강봉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략마케팅그룹장 상무였다.

‘젊음이 나이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이건희 회장의 언급처럼, 삼성이 추구하는 변화의 길은 아직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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