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첫날 현장 가보니

입력 2011-03-02 16:00 수정 2011-03-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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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준비 부족, 예보 전산장애로 예금자 불만 폭주

▲영업 정지된 대전저축은행의 가지급금 신청 접수를 받고 있는 2일 오전 대전저축은행 서울 명동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예금 지급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강 씻고 돈 받으러 왔다"

2일 명동 시내 안쪽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대전저축은행 서울 명동지점은 오전 11시 20명~30명 이상의 고객들로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은터라 여전히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신 영업정지 안내문과 함께 '가지급금 지급공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일부터 시작해 4월 29일까지 예금보험공사에서 2000만원 한도로 가지급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혼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옆문으로 예금자를 입장시키고 있는 대전저축은행 명동지점에는 이미 수십명의 고객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대기실에는 20명 좀 안되는 고객들이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일부 고객들은 저축은행 관계자를 통해 대기 번호표와 함께 필요한 서류 양식에 대해 듣고 있었다.

대전저축은행 관계자는 "들어오셔서 대기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면서 "순차적으로 2000만원 한도까지 지급되며 본인 이외에는 관련 서류를 작성하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예금자들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했다. 예보의 전산장애로 11시까지 대기자 1번 예금자에게도 가지급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대비하지 않은 정부의 미흡한 준비로 오전 내내 예금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60대 여성은 "새벽부터 돈을 받기 위해 달려왔는데 아직까지 번호표만 받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전산이 안되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의정부에 사는 80대 할아버지 역시 울분을 터뜨렸다. 이 할아버지는 "먼 곳에서 새벽같이 왔는데 대기순번이 52번이다"라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내일 오후에 다시 오라는데 불안해서 오늘 받아갈거다"라고 말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예보의 전산장애로 식은땀 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전저축은행 명동지점 지점장은 "예보의 서버가 다운돼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예보 전산을 확인해야만 예금을 내 줄수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11시 10분경 예보의 전산장애가 정상화되면서 대기번호 1번부터 차례대로 가지급을 받기 시작했다. 잠시 서류상의 절차 등으로 소란해지긴 했지만 4명의 은행 창구 직원들을 통해 가지급금 지급이 빠르게 처리됐다. 한 사람당 10분 정도가 소요됐으며 예금자들끼리 번호표를 확인하며 순서를 기다렸다.

대기 번호 1번이었던 60대 여성 고객은 "이렇게라도 돈을 받아 마음이 홀가분하지만 11시 넘어 받게 될지는 몰랐다"면서 "이런 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줄 모르고 준비도 안한 게 이해가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전저축은행 명동지점에서는 최대 70번까지 가지급을 받아갈 수 있었다. 창구에서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잇따르면서 2일 오전 대기 번호표는 4일 오후까지 지급됐다.

지점장은 "오전에 지체한 시간 때문에 순서가 조금씩 늦어졌다"면서 "지점에서 처리할 수 있는 60번을 넘어서 70번까지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은 2일부터 2개월동안 순차적으로 가지급금을 지급한다.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은 2일부터 4월 29일까지,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 등의 저축은행들의 예금자들은 4일부터 5월3일까지 가지급금을 찾을 수 있다. 도민저축은행은 7일부터 5월6일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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