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원수 카다피, 퇴진 거부.."순교자로 죽을 것"

입력 2011-02-23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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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는 22일 권좌에서 물러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자신은 시위대와 싸우다가 `순교자'로서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다피는 이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무아마르 카다피는 혁명의 지도자이고, 무아마르 카다피는 공식적인 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물러날 수도 없다. 무아마르 카다피는 영원한 혁명의 지도자"라고 소리친 뒤 "이곳은 내 조국, 바로 내 조국이고, 나는 내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색으로 된 긴 옷차림에 터번을 쓴 카다피는 1980년대 미국의 폭격으로 파손된 트리폴리 관저의 한 건물 앞에 서서 비장한 모습으로 원고 없이 연설을 하며 수시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연단을 내려쳤고, "나의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카다피는 또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시위대로부터 거리를 되찾으라고 호소하는가 하면, 시위대를 쥐에 비유하며 "쥐들을 잡아라"고 촉구했다.

카다피의 이 같은 선전포고에 앞서, 친정부 세력은 수도 트리폴리 등지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피의 작전'을 이어갔다.

트리폴리의 목격자들은 지난 밤 전투기가 시내 곳곳을 폭격하고 군용 헬리콥터도 하늘을 날아다니며 시가지를 향해 발포해 시위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고 전했다.

일부 용병이 포함된 친정부 민병대원들은 거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차량에 설치한 확성기로 주민들에게 집 밖에 나오지 말라고 경고하며 돌아다녔다고 목격자들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지난 20일부터 지금까지 트리폴리에서 시위대와 보안군 간의 충돌로 최소 6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dpa 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트리폴리에서 희생된 사람 수가 15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번 반정부 시위의 중심 도시인 벵가지에서는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조직인 `아랍공동체'(COMAI)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리비아 보안군의 폭격으로 숨진 사람 수가 1천 명 가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주 초부터 시작된 리비아 민주화 시위의 희생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자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청했다.

필레이 대표는 "시민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 행위는 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에 반기를 드는 외국 주재 리비아 대사나 외교관들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유엔에 주재하는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는 21일 자국 대사관 직원 10여 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국제사회가 리비아 사태에 개입해줄 것을 촉구했다.

알리 아드잘리 주미 대사도 전투기가 시위대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서는 카다피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기로 했으며, 인도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몰타 등지의 리비아 대사관도 시위대 편으로 돌아섰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무슬림 조직인 이슬람회의기구(OIC)도 이날 리비아 당국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크멜레딘 이흐산오울루 사무총장은 "리비아 시민을 상대로 한 과도한 공권력 동원에 강한 비난을 표명한다"며 "억압을 중단하고 시위대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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