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지구 르포 “중대형 아무리 싸게 내놔도…”

입력 2011-02-10 10:57 수정 2011-02-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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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집 좀 팔아주세요”…수도권 중대형‘찬밥’

“큰 집을 갖고 있는 게 죄지요. 신문에 우리집 좀 내주세요. 판다구요.”

지난 9일 인천 송도지구의 부동산가에서 만난 오모씨(49)는 땅이 꺼져라 한숨부터 내쉬며 8개월 째 집이 팔리자 않아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중개업소의 권고대로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싸게 집을 내놓았음에도 거들떠 보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다.

전세난이 무주택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큰 집이 있어 슬픈’ 중대형아파트 소유자들도 있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집값을 회복한 중소형에 비해 서울과 다소 거리가 있는 신도시 등지의 중대형은 여전히 마이너스 프리미엄 속에서 헤매는가 하면,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몸값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손님이 많이 늘긴 했어요. 대부분은 중소형만 찾아요.”

송도지구 S공인중개업소 사장은 “큰 평형 매물은 반갑지도 않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곳에서 사장과 약 10분간 대화를 나누는 사이 2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주부로 보이는 한명은 3억원대로 구입 가능한 중소형 아파트가 있는지 물어왔고, 또 다른 고객은 오피스텔 월세를 구하는 외국인이었다. 고객의 대다수가 중소형 매매나 전·월세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이 곳 사장의 말이다.

수요가 없다보니 중대형은 가격 회복도 더디다. 중소형의 경우 적게는 1000만~2000만원에서 1억까지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단지가 수두룩하지만, 중대형은 그나마 분양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단지조차 드물다.

S공인 사장은 “심한 경우 계약금과 맞먹는 액수인 1억 이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중대형 단지들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인근 W공인 관계자 역시 “40평형대 초반까지는 가끔 매매거래가 이뤄지곤 하지만 그 이상 면적은 문의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도 파주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파주시 금촌면의 한 중개업소에서 133㎡짜리 중대형을 처분하려는 윤모(51)씨를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다. “사겠다는 사람이 도통 안 보여요. 가격을 한없이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1주택자인 윤씨는 은행 빚이 부담스럽던 차에 자녀들 학비에 쓰일 목돈이 필요해 아파트 매도에 나섰으나 6개월째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가 중개업소로부터 들은 해결책은 “전세금을 충분히 받도록 해 줄 테니 일단은 전세를 놓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러려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주고 다른 곳으로 전세를 들어가야 하는데, 전세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다 평수를 줄여간다 해도 전셋값이 결코 만만치 않아 고민의 연속이다.

윤씨는 “돈이 급한데 어쩌겠습니까. 한 달 정도 더 기다려도 안 팔리면 그렇게라도 할 생각이에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비단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 일산, 파주, 용인 등 수도권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간혹 중대형이 매물로 나오긴 하지만 매수·매도자간 희망가격의 격차가 커 거래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고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중대형의 경우 하한가에 내놓지 않으면 팔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수도권 중대형 매수희망자 대부분이 실수요자인 만큼,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일단 비운 후에 매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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