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갈등 골 깊어지는 '정부·기업'

입력 2011-01-26 11:02 수정 2011-01-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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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행 앞둬.. 기업 "대의엔 공감.. 입법 시기 늦춰야"

정부와 산업계가 오는 2013년 1월 1일 시행예정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업계는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 CEO들은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환경부장관과의 환경정책간담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한 다양한 건의 사항과 우려를 나타냈다.

산업계 CEO들은 정부 계획대로 도입할 경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것. 실제로 포스코는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기업마다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상한선을 두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톤(t)당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다. 배출한도가 남은 기업은 이를 팔아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연간 2만5000톤 이상 온실가스 배출사업장에 적용된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계획을 입법예고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왼쪽 두번째)이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환경부장관-산업계 CEO’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계, 탄소배출권거래제 부담커= 산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배출권 거래제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제도가 시행돼 이산화탄소 가격이 t당 4만5000원(EU 기준)에 거래될 경우 국내 9개 업종의 매출은 연간 12조원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세계 최고 수준인 BAU(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정해주는데 무상할당과 경매를 통해 돈을 받고 주는 유상할당이 있다. 현재 정부는 2013~2015년 할당량 중 90%는 무상, 10%는 유상으로 할 계획이다. 2020년엔 유상할당이 100%가 된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지난 2009년 매출 27조원, 영업이익 3조1000억원을 기록한 포스코의 경우 유상할당이 10%인 조건일 때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은 약 4200억원. 유상 100%일 경우에는 2조3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조70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린 모 석유화학 업체의 경우 유상할당 10% 시행 때 감축 비용은 33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할당이 100%로 늘면 1815억원이 든다.

특히 선도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국가 외에 미국·일본·호주 등 주요 국가는 자국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전면적인 도입 시기를 신중히 조절하고 있는 모습도 국내 기업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다양한 대안 고민해야=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부회장은 "철강업은 원자재를 100% 수입하고 있지만 설비와 공법의 효율성으로 취약한 산업기반을 극복하며 경쟁우위를 확보해 왔다"며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기 때문에 거래제가 도입되면 산업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단 법제화가 되고 나면 개선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부분적으로 시행하며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어 취약한 부분을 보완한 후 제도화하자"고 제안했다.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규제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저하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 사장은 "지구 보존을 위한 대의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출 경쟁국과의 균형을 맞춰 산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 부문의 감축도 물론 필요하지만 수송, 건물 등 비산업 분야의 CO2 감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박광식 현대자동차 상무는 에너지 탄소 목표관리제를 시행하면서 온실가스 인벤토리(inventory: 배출량 DB)를 구축한 후 거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국가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입법 시기를 조절해 달라"고 주문하며 "여러 나라의 도입 시기, 운영주체, 방법 등을 확인해 종합적인 녹색성장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열 OCI 부회장은 "정부가 목표 관리제를 먼저 시행하는 만큼 시행해 본 뒤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고 나서 배출권 정책을 만들어도 늦지 않는다"며 "배출권 거래제 시행은 시간을 좀 더 갖고 유예 시켰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일본 등 경쟁국과의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에 대한 부담이 산업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혜를 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생산하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생산에 들어가는 이산화탄소가 있고, 실제 이 제품으로 태양광 발전을 했을 때는 이산화탄소가 감소한다"며 "이 차이에 대해 배출권 할당이나 특별한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도 도입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유연하게 탄소배출권 거래제 운영= 정부는 기업의 이같은 다양한 입장을 정책 시행시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2013∼2015년까지 1단계 기간엔 기업에 무상으로 할당하는 배출권의 비율을 현재 90% 이상에서 95% 이상으로 5%포인트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2단계(2016∼2020년)와 3단계(2021∼2025년)의 무상할당 비율은 시행령으로 따로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또 기업이 받은 할당량을 다 쓰지 못했을 때 다음 단계로 이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배출권거래소에서 할당량 초과분을 사지 않을 때 과징금을 시장가격의 5배에서 3배로 낮추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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