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여풍당당] 고객·신뢰 모토…프랜차이즈 ‘사관학교장’

입력 2011-01-11 11:13 수정 2011-01-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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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놀부NBG 김순진 회장

“신규 브랜드나 새 메뉴 개발을 위해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자들을 만나는데 쓰고 있습니다. 더 좋은 음식과 인테리어를 찾기 위해 하루에 아홉끼를 먹은 적도 많습니다”

1987년 5평짜리 보쌈가게에서 출발해 국내외 매장 680여개, 연매출액 약 7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비결에 대해 (주)놀부NBG 김순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변화하는 소비 트렌들를 남보다 한발 앞서 읽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로 프랜차이즈 사업 22년째를 맞는 놀부의 시작은 1987년 서울 신림동 뒷골목의 5평짜리 보쌈가게였다. 역사가 짧은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김순진 회장의 ‘놀부’는 프랜차이즈 1세대 기업으로 1989년 ‘놀부보쌈’을 시작으로 ‘놀부보쌈과 돌솥밥’, ‘놀부부대찌개와 철판구이’, ‘놀부항아리갈비’, 고품격 한정식 브랜드 ‘수라온’, ‘퓨전 중식레스토랑 ‘차룽’ 등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종합외식기업으로 총 680여개의 직영 및 가맹점을 갖고 있고, 올해 연매출 70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 놀부 매장을 방문하는 1일 고객만 12만명에 달하고 종업원 수만도 6500명이 달한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놀부’라는 거대 외식 기업을 일구어낸 김순진 회장의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신용과 품질’을 팔았다=“고객님의 행복이 곧 우리의 소원입니다.” 김순진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말이다. 신림동 5평짜리 식당에서 시작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식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기 까지의 성공 신화에 대한 물음에 대한 김회장의 답변은 항상 ‘고객 중심 경영’이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음식 팔고 밥 팔았다고 말하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난 신용과 품질을 팔았다”며 “이윤을 생각하기 앞서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큰 서비스와 감동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고객중심 철학은 한마디로 직원들 보다는 손님에게 온 신경을 쏟는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사업초기부터 손님이 들어오면 얼마를 먹고, 얼마 만에 왔던 상관없이 손님한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이윤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비스와 감동을 더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밤을 세우기 일쑤였다.

‘신뢰경영’도 김 회장을 대표하는 단어다. 김 회장은 사업 초기부터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메뉴판을 ‘고객과 우리의 계약서’라는 생각으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김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뢰경영이라는 네 글자에 브랜드와 기업의 가치와 만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간관계에서도 서로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이 우리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외식산업은 ‘신뢰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장 도덕적이어야 하고 가장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맛있고 안심할 수 있는 음식을 철저하게 위생관리 하고 품질관리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김 회장의 고객만족과 신뢰경영은 ‘고객만족과 리더쉽 부문’ 생산성 대상과 한국 소비자가 선정하는 ‘신뢰기업 대상’을 7년 연속 수상한 것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외식사업의 글로벌화의 선봉=김순진 회장은 자신의 최종 목표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외식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입버릇 처럼 이야기한다. 1991년 한식업계 최초로 말레이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베이징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놀부항아리갈비 프랜차이즈와 500여평의 대형 프리미엄 한정식 레스토랑 ‘수라온’을 열어 현지인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한식의 맛과 멋을 전하고 있다. 놀부항아리 갈비의 인기는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싱가포르와 태국까지 점령했다.

김 회장은 “음식업 하나로 승부를 볼 것”이라며 “30주년이 되는 10년 뒤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에 오픈한 한정식 식당이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도 현지 식당을 더 늘릴 계획이다. 또한 낚지볶음이나 불고기 등의 완제품 식품도 직접 만들어 미국 등으로 본격 수출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놀부의 글로벌화에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철저한 체계화 과정이 있었다. 김 회장은 효과적인 구매와 생산제조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갛고 현장에서 경영주들이 쉽고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매뉴얼까지 구축해놓았다.예를 들면 1991년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들을 바탕으로 중앙 집중식 센트럴키친을 만들어 조리와 반조리 식품을 공장 생산방식을 통해 대량 생산해 상품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놀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세계 어느 곳 누구에 의해서도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는 체계화되고 계량화된 한식 세계화의 선봉에 나섰다.

김 회장은 “세계인의 가정에 놀부 식단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감회가 크고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한식 세계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김 회장은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국가성장산업으로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한식문화 세계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사관학교=지난해 놀부NBG는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도 분당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유는 다름아닌 ‘강당이 좁아서’다. 놀부는 초청강연을 수시로 진행하는데 삼성동 사옥이 100명 정도 밖에 수용하지 못해 분당에 사옥을 만들면서 25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강당을 마련했다. 이처럼 김순진 회장은 기업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내부 교육시스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늘날의 놀부가 있기 까지 ‘필요한 교육을 필요한 대상에게 필요한 시기에’ 진행하는 철저한 내부 교육시스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놀부는 현장 실무자들을 위한 독서경영으로 유명하다”며 “놀부 지식경영위원회 내 독서토론분과를 통해 직원들이 책을 일고 서평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혼자만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다. 김 회장은 읽은 책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책을 보면서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쳐서 표시해 비서에게 넘긴다. 비서는 요약본을 만들어 부서에 배포한다. 김 회장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 자연스레 비전이 공유되고 열정이 전염되며 실행테크닉까지 훈련된다”며 “사내에서 직원들과 나눠보는 책을 통해 회의보다 몇 배 더 효율적인 공감과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놀부는 사내 교육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성공을 위한 사회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놀부장학회에서는 해마다 외식논문이나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우수 대학생들을 선발 포상해오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산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업계 진출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실제 가맹점 140개 이상을 운영중인 ‘더후라이팬’ 이정규 대표도 지난 2004년 놀부 외식 공모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놀부는 프랜차이즈 사관학교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사내외 교육활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누구?=김순진 놀부NBG 회장은 충남 논산에서 열여섯살 나이에 서울로 상경한다. 30대 중반인 1987년 서울 신림동 뒷골목에서 5평짜리 보쌈가게인 ‘골목집’을 열어 인기를 끌자 1989년 ‘놀부보쌈’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놀부 보다는 흥부를 생각하게 되는데 김 회장은 놀부가 흥부에 비해 이미지가 강하고 욕심이 많아 밥상도 푸짐하다는 뜻에서 놀부를 상호로 택했다고 한다.

김 회장의 가게는 음식의 질 못지 않게 양에도 신경을 많이 써 1인 기준으로 성인이 실컷 먹을 수 있게 배려했고 소주를 공짜로 서비스하기도 했다. 남는 보쌈은 고기와 김치를 더 추가해 포장해서 손님들에게 쥐어줬다. 이런 넉넉한 인심은 한번 다녀간 손님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1988년 40평 규모의 직영 2호점을 냈고 드디어 1989년 서울 상도

동에 체인 1호점을 개점하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한식이 서양음식에 비해 표준화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쌈 조리법을 매뉴얼 과학화해 외식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진다. 1991년 충북 음성에 중앙집중식 조리센터인 센트럴 키친을 만들어 공장 생산방식을 통해 대량 생산함으로써 가맹점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시에 김 회장은 같은 해 말레이시아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업계 최초로 로열티를 받고 일본에 브랜드까지 수출하는 쾌거를 올린다.

한편 김회장은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마흔을 넘겨 다시 펜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했던 김 회장은 검정고시를 거쳐 1997년부터 서울보건대학 전통조리과, 우송대학교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했고, 경원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외식업계에서는 여성 CEO로서 경제단체장과 NGO 단체장을 맡는 등 마당발로도 통한다. 사단법인 21세기 여성 CEO연합 회장을 역임했고, 사단법인 한국외식산업협회 상임회장, 한국음식업중앙회 정책자문위원, 한식재단 이사, 한국장학재단 멘토 등 여러 단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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