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려되는 '김석동式 관치'

입력 2011-01-10 11:13 수정 2011-01-1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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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새해벽두 부터‘관치(官治)’논란이 뜨겁다. 신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노골적으로‘관치금융’을 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경우 단호히, 그리고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며 강한 어조로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또 “금융위의 존재감만으로도 시장의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권위주의적 발언까지 서슴없이 했다. 과거 금융당국이 시장 개입을 물밑으로 조용히 이뤄져 왔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설사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던 기존 금융당국자들과는 달리, 김 위원장의 솔직함과 지나친 자신감이 당혹스럽기 까지 하다.

김 위원장의 관치는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심각한 저축은행의 해법찾기 부터 시작됐다. 그의 해법은 빠르고 명쾌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금융지주사가 인수토록 하고 예보 공동계정 도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택한‘두 가지 카드’모두 그 동안 금융권이 반대해 온 것들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입김은 역시 셌다.

그 동안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금융지주사 CEO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완강히 거부하던 예보 공동계정 도입 문제도 금융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수정안을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 위원장 취임 일주일도 안돼 획기적인 변화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대해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저축은행발(發) 금융시장 불안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신속한 정책적 결정으로 시장 불안이 해소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장 의견을 무시한 채‘팔 비틀기식’ 관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시장 질서를 왜곡해 자생력을 저해 할 것 이란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IMF 이전 관치금융으로 데자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사실 한국금융의 역사는 관치금융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칸막이식 정책에 금융당국이 일일이 시장에 개입해 경쟁이 극히 제한됐다. 심지어 시중은행장 선임을 정부가 개입했을 정도 였다.

이 같은 관치금융의 폐해는 결국 자생력에 한계를 드러냈고‘우물 안 개구리’로 자란 국내 은행들은 IMF를 거치면서 청산 및 흡수합병 되거나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고 말았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관치의 명분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시장의 질서를 왜곡시키는 주체들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것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개입을 위한 논리 이면에는 부정적 결과가 함께 따라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선택한 부실 저축은행 해법도 예외가 아니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신속한 처리로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이지만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1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저축은행 부동산PF 부실을 은행권으로 전이(轉移) 시킬 수 있다. 은행권도 부동산 PF대출 잔액이 무려 42조원에 달해 언제 부실화 될지 모르는 불안한 시장 상황 속에서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저축은행 PF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경우‘벼룩 잡으려다 초가 산간 태우는’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대한 몸집 때문에 민영화 작업이 중단된 우리금융의 경우 경남,광주은행 등 자회사를 따로 떼어내어 매각해야 할 상황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이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금융지주의 주주가치 훼손도 문제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이 부실 저축은행 인수 검토 얘기가 나 온 이후 금융지주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금융지주들이 외국인 대주주들이 있는 만큼 향후 손실이 현실화 될 경우 반발이 우려된다.

저축은행 PF 부실, 우리금융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등 국직 국직한 현안 과제를 안고 있는 김 위원장이 자본시장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합리적 관치’로 시장의 안정과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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