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활성화…조선1위 탈환을"

입력 2011-01-10 13:02 수정 2011-01-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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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위험한 투자' 인식, 지원 나몰라라

#. A 조선사 한 임원은 연초부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소식에 기쁘면서도 중국의 맹추격에 걱정이 크다. 국내 조선사들이 제조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지만 금융 및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에 세계 조선업 정상의 자리를 지난해 몇차례 내 줬기 때문이다.

선박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 조선산업을 위협한 중국의 성장 뒤에는 선박금융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정상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선박금융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선박금융으로 시장 공략한 중국=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조선업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선사에게 자금까지 지원하며 선박을 수주하는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통상 선주(船主)가 조선업체에 선박 제조를 의뢰할 때에는 건조자금 상당액을 미리 조달해야 한다. 대형 선박을 한 척 만드는 데엔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장기 자금 마련 계획 등이 확보돼야 안정적인 건조가 가능한 것. 특히 선박건조 자금은 수조원에 달하는 거액인 경우가 많아 선주가 자체 자금으로 이를 모두 충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박 제조 과정에서 선박금융의 역할이 절대적인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의 조선사에 선박발주를 조건으로 선박건조 비용의 최대 80%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등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던 선사들, 특히 유럽선사에게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9년2월 ‘조선공업 조정 및 진흥계획’을 발표하고, 중국은행,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 중국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총동원,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나섰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이탈리아 선주협회와 협력관계를 맺고, 이탈리아 선주가 중국 조선소에 건조하는 선박에 대해 자금을 적극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 은행은 브라질 철광석업체 발레(Vale)와도 룽셍중공업에 ‘초대형 운반선(VLOC)’ 12척을 발주할 당시 선가에 80%에 해당하는 12억3000만 달러의 선박금융을 지원했다.

일본 역시 초기 조선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선박금융이 한몫했다. 일본의 금리 수준이 사실상 제로금리라는 이점을 활용, 일본선사와 일본조선사 간 연계축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수주하는데 있어서 기술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중국처럼 금융지원을 전제로 수주전에 나설 경우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선진화…선박금융 확대 필요= 중국의 예에서 보듯 조선산업에서 기술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선박금융과 같은 금융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선박금융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세계 정상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에서 선박금융이 자치하는 중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조선회사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금융지원을 요청하지만 실제로 성사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필요성에 대해 알면서도 선박금융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시중은행들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수금융 성격이 강한 선박금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니 이해도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박금융이 위험한 투자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2008년 상반기까지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했지만 금융위기로 부실이 확대되면서 호된 교훈만 얻었다. 선박금융은 매우 위험한 투기산업이라는 인식만 확대된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경기회복으로 선박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권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권의 자금 지원 없이는 중국과 경쟁을 하기 어렵다”며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선박금융을 통해 조선업계를 후방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선진화를 위해선 단순한 여·수신 업무만이 아니라 선박금융과 같은 특수금융에 대한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선박금융이 꼭 필요한 틈새시장 등에 대한 공략과 정부의 정책지원 등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선박금융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금융이란?

조선회사가 자기 자본만으로는 천문학적인 건조금액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선박을 담보로해 받는 장기융자를 말한다. 금융기관이 선박의 건조를 발주하는 해운회사에 대한 융자이고 건조기간이 보통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변동에 의한 손실도 빈번하다.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이 선박금융에 관한 은행이나 기금들이 발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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