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자본주의

입력 2010-12-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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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미지북스/로버트 L.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공저/홍기빈 옭김/2만원/608쪽

이 책은 인류의 여명기에서부터 21세기 신경제(New Economy)까지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자본주의가 앞으로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대답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 즉 지구화, 정보기술의 발달,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 저발전의 문제, 생태적 과부하 등 기존의 경제사에서는 서술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논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경제학자 로버트 L. 하일브로너가 1962년에 초판을 펴낸 이래로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에 발맞추어 4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12번의 개정과 보증을 거친 살아있는 경제사 고전이다.

이 책은 마치 재미난 ‘경제사 산책’과 같은 범속한 외양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왔던 물질적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극적인 사회적 힘들을 다시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12번이나 판을 바꾸며 나왔던 만큼 이 책에는 지난 40년간의 세계 자본주의의 변화와 그 속에서 벌어졌던 지은이 본인의 사유와 견해의 변화가 나이테처럼 빼곡이 새겨져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였던 저자 하일브로너는 현대의 경제학 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현실의 경제생활과 유리되어 자신만의 독자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체제로 자본주의를 묘사하는 경제학은 자본주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일브로너의 시각은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은 물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과도 이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는 신고전파 경제학이나 마르크스 경제학이나 ‘경제’라는 영역이 그 자체로 운동 법칙을 내장한 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는 마찬가지며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 경제는 일종의 초역사적인 것으로 변하여 시간적 차원을 떠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고유한 구조와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다른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힘들에 의해 이리저리 떠밀리면서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경제 체제가 아니라 사회 속에 묻어 들어있는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자본주의 자체의 역사적 변화를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일브로너는 이러한 관점에 입각, 경제학 이론과 경제사를 반씩 섞어서 이론을 통해 역사를 조망하고, 또 역사를 통해 이론을 조망하는 복합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 경제에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이 책을 서술했다.

하일브로너는 인류가 생산과 분배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방식은 오로지 세 가지(혹은 그 세 가지의 조합)밖에 없었다며 전통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 명령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 시장에 의해 운영되는 경제가 그것이라고 말한다.

하일브로는 이러한 경제 방식에 상관없이 가난한 경제가 성장하는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에 대해 지적한다. 예를 들어 생산을 증대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저축이라는 행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늘의 필요를 충족할 것이냐(소비) 아니면 내일을 위한 자본을 만들 것이냐(저축)는 것이야말로 개발을 시작한 사회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가장 중대한 결정 사항인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한 것이 시장 경제 방식이었다고 돌아본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자본주의 전반의 역사 속에서 오늘의 경제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 대공황, 뉴딜과 자본주의 황금시대 등 자본주의 역사의 굵직한 전환점들이 인류의 경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두루 살펴보고 나면 우리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세계 경제를 만나게 된다. 이는 크게 신자유주의, 세계 빈곤, 정보 기반 사회 등 세 가지 이슈와 관련되어 있다.

하일브로너와 밀버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여러 개의 상충되는 이념들로 구성되며 진화해왔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본주의는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지난 역사에서 맞닥뜨린 수많은 문제들과 정치적·사회적 압력에 대처하며 자신의 모습을 유동적으로 변모시켜왔다는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따라서 진보적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유토피아적 이상으로서의 사회주의라는 구호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인간적 가치가 최고도로 실현될 수 있는 최상의 형태로 자본주의를 바꾸어나가는 것을 당면한 실천적 과제로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자체의 끊임없는 역사적 변동을 그려내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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