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는 없고 '캐피탈'만 남은 벤처캐피탈

입력 2010-1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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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지원 의무기준 잊고 부당지원 잇따라, 등록업체 33%가 위반

#1.

S창업투자는 2007년 창업지원법상 의무기준을 위반해 적발됐다. 창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할 금액(납입자본금의 40%)에 반도 못 미치는 금액만 투자했기 때문.

S창투의 조합규모는 270억원이었지만 투자금액은 15.6%에 불과한 42억원에 불과했다. 추가로 투자해야할 금액은 무려 108억원으로, 업체당 10억원을 투자한다고 감안했을 때 11개사가 투자를 받지 못한 것이다.

#2.

2009년 10월 H기술투자는 창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의무투자금액기준을 위반했다. 조합규모(125억원)의 26.4%인 33억원만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는 납입자본금의 40%를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현행법에 위반한 사례이다.

중소기업의 창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벤처캐피탈(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들이 중소기업 지원 의무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책인 ‘자금지원’을 위해 벤처캐피탈 제도를 마련했지만,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누리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며, 벤처캐피탈사들도 의무지원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위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벤처캐피탈 33%, 투자 않고 위반 일삼아

15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올해 10월말까지 벤처캐피탈들의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위반 건(227건) 가운데 투자관련 위법 사례는 27.3%(3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투자 관련 법률을 위반한 벤처캐피탈은 수는 34개사로(2010년 10월 기준) 중기청에 등록된 105개 업체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시정명령, 경고 등의 행정조치를 받은 상태다.

가장 대표적인 위반 형태는 ‘투자 의무비율’로 나타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사는 납입자본금의 40%를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며, 투자 회수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1년 이내로 투자 의무 이행을 유예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투자 비율을 지키지 못한 사례는 20개사?27건으로 집계됐다.특히 일부 기업들은 상습적으로 투자의무비율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엘인베스트먼트는 4회를 기록해 경고를 받았으며, 로이언스인베스트먼트, 윈베스트벤처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주식회사, CKD 창업투자 등도 두 번이나 의무 투자비율을 지키지 않았다.

유예기간이 1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긴 업체들도 많다. ‘1년간 미투자’ 건수는 35건으로 전체 위반 건수의 15.4%를 차지했고 무려 26개의 업체가 이에 해당됐다. 영신창업투자주식회사와 윈베스트벤처투자가 3회 위반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으며 새한창업투자, 에이치에스티벤처캐피탈, 에이피엘파트너스, 토러스벤처캐피탈, 한국바이오기술투자 역시 2회 연속 유예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이들 유예기간을 어긴 위반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 조치로 모두 ‘시정 명령’이 내려졌다. 투자비율 위반의 경우 ‘유예기간 부여’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의촉구’ 7건, ‘시정명령’ 5건, ‘경고’ 4건 등의 순이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 창업지원 위반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주의 촉구, 경고 등의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감점을 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게 되며 심지어 등록이 취소가 되기도 한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시정 명령이나 경영 개선 명령 등의 행정조치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행되지 않을 때에는 등록 취소 등 후속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벤처 버블 붕괴와 투자 감소 비례

벤처캐피탈의 투자관련의무 위반 사례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벤처기업 붐이 일어나던 외환위기 이후 2000년도부터 벤처거품이 붕괴되면서 잇따르던 투자도 함께 주춤해졌다.

게다가 코스닥 시장이 위축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대상 중 하나가 벤처캐피탈이다. 중소기업청 벤처투자과 관계자는 “예전에 벤처 투자시장이 좋을 때는 코스닥 시장 역시 활성화돼 있었기 때문에 투자 대비 성공률이 매우 높았다”며 “심지어 투자 대비 10배 이상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코스닥 시장 위축과 신생기업의 성장가능성이 감소되면서 투자위험비율이 높아졌다”며 “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더라도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거의 없는 상황이 전개돼 투자가 감소되고, 투자를 이뤄져도 안정된 중견기업에 눈을 돌리는 패턴이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벤처캐피탈사들 역시 공감하고 있으며 실제로 투자의 소극성에 대해서도 다소 시인하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투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위반조치가 내려진 것은 사실이다”라며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한 투자보다는 그 외에 유가증권 등 다른 곳에 투자활동을 해왔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실질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이익을 내는 경우가 규모를 불문하고 거의 없다는 것. 그는 “2000년도 이전까지는 굉장히 투자가 활성화 됐지만 그 이후부터는 펀드 투자에 대부분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또 펀드의 경우 일부 투자 의무 비율을 인정해주므로 많은 벤처캐피탈사들이 펀드를 조성하기도 하지만 이 회사는 펀드도 없다는 것.

그는 “우리는 펀드가 없어 순수 회사 자금으로만 40%를 투자해야 해서 굉장히 리스크가 크다”며 “이러한 것도 중소기업에 투자를 못하는 이유 중에 하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퇴출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벤처캐피탈에 대한 중기청의 ‘솜방망이식 제재’가 원활한 중기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자금에 손을 대거나 투자 시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는 이면계약 등은 강력한 제재로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일부 벤처캐피탈들이 이면계약을 맺고 자금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법원은 불평등 원칙을 들어 이면계약을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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