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 유통기업 그리고 나비효과

입력 2010-11-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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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고 한다. 일견하기에 서로 전혀 무관한 상황이 사실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나비효과를 설명할 때 회자되는 이야기다.

세계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비가 와서 가뭄이 해소되면 커피 생산량이 늘고, 이로 인해 커피 원료값이 떨어지면 커피를 생산하는 스타벅스의 이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통기업들의 국내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이야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는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을 단순히 개별 유통기업 차원의 해외사업 확장으로만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통산업만이 갖고 있는 특성을 모르는 데서 오는 단견이다. 마치 브라질에 내리는 비를 보고 가뭄 해갈만을 예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해외에 많은 유통업체가 진출할수록 국내 소비자의 지갑이 두터워진다. 유통기업이 해외에 진출했는데 현지 소비자가 아닌 국내 소비자가 이득을 본다고 하니 언뜻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유통산업이 일으킨 날갯짓이다. 해외에 나간 유통기업은 그 곳에서 우수한 상품을 발굴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해외로부터 들어온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들은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한 대형유통업체는 중국에서 가전, 생활용품 등을 직접 들여와 국내 매장의 상품가격을 20~30% 낮춘 사례가 있다. 이러한 가격 인하는 국내외 상품간 가격경쟁을 유발하여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고 후생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유통업체가 해외에 둥지를 틀면 틀수록 국내 경제가 잘 돌아간다. 해외로 나간 유통업체는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현지 점포에 전시해 중소제조기업의 해외판로 기회를 제공해 주고, 반대급부로 그들은 타기업 점포와 차별화라는 선물을 받는다. 이처럼 유통분야의 해외진출은 제조-유통, 대-중소기업이 win-win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된다. 대한상의가 올해 실시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외진출 유통업체들이 국내로부터 상품 또는 원재료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 팔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 진출한 유통기업들이 늘어날수록 국내 상품의 동반진출 가능성이 커져 제조기업의 수출량은 증가시키며 투자 확대를 유발케 하고, 투자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국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게 될 것이다.

아울러 유통업체가 해외로 나갈수록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 안목이 높아진다. 과거 우리나라는 제조기업 중심의 해외진출을 해왔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가까이에서 이들에 대한 행동정보를 얻어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해외에 둥지를 튼 유통점포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와 행동 변화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러한 소비자에 대한 귀중한 접점 정보는 국내 제조업체에게 전달되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해주는 통찰력을 길러주게 될 것이다.

해외에 많은 유통업체가 진출할수록 민간 홍보대사가 늘어나기도 한다. 현지에 있는 유통점포를 방문한 소비자들은 한국 상인, 상품, 서비스를 통해 우리 기업을 평가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처럼 해외로 나간 유통기업들은 우리상품과 소비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전도사이자 우리 국가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스타벅스 주식을 매입하고 브라질에 내리는 비를 보며 미소 짓는 현명한 투자가처럼 해외로 해외로 뻗어나가는 우리 유통기업을 응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격적인 글로벌시대의 도래에 따라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부상될 전망이다. 국내 소비시장 성장 둔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세계에서 일고 있는 한류 붐과 본격적인 글로벌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지구촌 구석구석에 더 많은 나비효과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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