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권자로부터 독립안돼
안건 반대ㆍ부결 거의 없어
'선임ㆍ평가ㆍ책임' 3단계별
기존 의식ㆍ관행 개선해야
“특이의견 없음”
신한사태 이후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본지가 분석한 국내 4대지주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의견이다.
18일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보면 올해 9월 이후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거나 이사회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반대의견이 나온 한 건은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로 이번 신한사태에 대한 수습방안에 관한 사항을 부결한 게 유일한 사례다. 여기에 이사회는 특별위원회 설치는 찬성하나 특별위원회 구성원에 대해 의견차이가 있어 반대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나머지 4대 지주사의 모든 안건은 아무런 수정 없이 100%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외이사제도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고 회사와 주주들을 대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사외이사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들은 모든 안건에 대해 사내이사와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외이사 제도는 유명무실하며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국내 사외이사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가장 간단하면서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사외이사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영진, 지배주주에게 선임되는 게 문제”라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보수와 지위를 보장하는 사람에게 충성하게 돼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최근 금융위원회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토대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제정안을 추진 중이다.
법률안에는 집행임원의 임명 권한을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가 결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주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확대방안도 포함됐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사에 대해 현재 3명 이상으로 규정된 사외이사 수를 5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의 개선방안도 논의된다. 현재 3분의 2이상 사외이사를 구성해야한다는 조항을 100%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금융회사 상근임직원은 2년 동안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을 3년으로 변경했고, 연속 재임기간도 최대 5년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인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실제로 개선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소장은 “현행 사외이사 문제는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인식과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3단계가 개선돼야 한다”며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임기 동안의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이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되는 부분들이 대부분 선임과 관련해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사외이사 문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주주대표소송’등을 통해 책임을 물어 당신이 대표하는 것은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아니라 회사와 소액주주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