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점철된 현정은 회장의 경영 7년

입력 2010-11-16 15:22 수정 2010-11-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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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그룹 모태기업 인수...‘비전 2020’ 실현 박차

- 숙부의 난ㆍ대북사업 난항 등 가시밭길 경영

지난 2003년 10월, 재계에 한 여인이 혜성같이 등장한다. 남성 일색이던 재계 총수 위치에 오른 현정은(55ㆍ사진) 현대그룹 회장.

현 회장은 남편과 사별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의 현대그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남편을 보낸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세 자녀를 거느린 어머니로써의 역할 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그룹 임직원과 그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오른 것.

이후 정상영 KCC명예회장의 경영간섭과 대북사업의 난항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어려움을 모두 헤치고 그룹의 모태기업이자 남편의 유지가 담긴 현대건설을 마침내 인수할 수 있는는 발판을 마련했다.

◇ 전업주부에서 회장님으로

2003년 8월 4일. 그룹 비서실로부터 걸려온 남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 소식. 21세에 현대가의 며느리가 된 후 30년 가까이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 현정은 씨가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된 사건이었다.

현정은 회장은 남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남편 사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10월 21일 현대그룹 3대 회장을 취임했다.

보통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것에 비하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당시 어려움에 처해있던 현대그룹은 현 회장의 취임 이듬해인 2004년,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고, 현대아산, 현대택배(현 현대로지엠),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요 계열사들이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취임 당시 글로벌 해운경기의 호황에 따른 수혜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현 회장의 경영능력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숙부의 난’, ‘ 대북사업 난항’ 등 가시밭길의 연속

현정은 회장의 경영 7년은 말 그대로 변화무쌍했다. 고 정몽헌 회장의 타계와 동시에 일어난 ‘숙부의 난’은 첫번째 고비였다.

2003년 8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숙부의 난’으로 불리는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힌 사건이었다.

‘숙부의 난’은 현 회장이 시아버지(고 정주영 창업주)와 남편이 평생 일군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 회장은 후일 “경영권 분쟁으로 상황이 긴박했기 때문에 앞뒤 잴 여유가 없었다”고 회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지분은 아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현 회장의 고초는 ‘숙부의 난’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룹의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인 대북사업이 그룹의 경영능력과는 상관없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사업도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정체상태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체상태의 대북사업이 언제 해결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 회장이 항상 강조한 것처럼 대북사업을 접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또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일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대북사업은 중요 통일 정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룹 회장 7년 만에 그룹의 모태기업을 되찾아옴으로써 현대가의 적통성과 함께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현 회장이 대북사업도 성공적으로 완수할 날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 ‘비전 2020’ 실현 박차

현대그룹은 오는 2020년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5조8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비전2020’을 발표하고 재도액의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현대그룹은 현재의 해운·인프라·증권업 위주에서 △글로벌 인프라 △통합물류 △종합금융 △공간이동 △관광유통교육 등의 5개 사업부문으로 확대해 추진키로 했다.

현 회장은 당시 “선대 회장께서 물려주신 자랑스런 현대그룹을 잘 키워 후배들에게 물려줄 막중한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며 “현대그룹을 글로벌 선도그룹으로 한 단계 성장 시키는 일, 대북사업을 통해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일 모두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 “지금 힘들어도 정상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비전 2020’ 추진과정에서 힘이 들 때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을 떠올리며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현 회장의 이같은 비전의 첫 단추는 바로 현대건설 인수였다.

현대그룹은 16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로 자산규모 22조3000억원, 매출 21조4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12위 그룹으로 도약한다”며 “과거 현대그룹의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그룹은 현대가의 적통성 회복 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시너지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해외건설사업을 위한 건설자재 운송이 가능해지고, 현대엘리베이터도 현대건설이 짓는 각종 건축물 등에 납품 등을 통해 매출 증대효과를 꾀할 수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번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새로워진 현대그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중심의 매출구조에서 탈피해 사업 경쟁기반이 배로 커졌다”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 위상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건설 임직원과 함께 현대건설을 세계 5대 종합건설사로 발전시키겠다는 육성비전도 함께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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