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CEO학] 남서울CC 최태영 사장 '40년 외길...고객이 부르면 늘 그가 있었다'

입력 2010-10-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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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CC 최태영 사장
한 우물만 팠다. 강산이 네 번이나 변했다. 말단 직원에서 최고 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그리고 수장으로 9년 동안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 골프장에서만 근무한 최장수 직원이면서 CEO이다. 주인공은 남서울CC(18홀. 경기 성남) 최태영 사장. 그는 1971년 골프장이 생긴 이래 5번째 대표이사다. ‘외곬인생’을 살아온 그의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그림자 같다.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꼭 필요한 자리에 있다. 남서울CC에서는 큰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온하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유호동 본부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소리를 내는 곳은 프론트 뿐이다. 골퍼들을 맞기 위해 고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웃음 짓는다. 고객들을 기분 좋고 가장 편안한 곳으로 만드는 작은 방법이다.

-2001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영정(影幀)’사진을 찍었다고 들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모른다’고 하지 않나. 사람이 편안해지면 나태해지고 어려운 시절을 잊기 쉽다. 입사 당시 취업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하자’는 뜻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1971년 만해도 골프장이 무척 생소했을텐데.

직장을 따질 형편이 못됐다.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든 시절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골프장 개장과 함께 입사를 하게 됐다. 골프가 뭔지도 잘 모를 때였다.

-골프인구도 거의 없던 시기 아니었나.

맞다. 골프장에 고객이 오면 “야~, 손님 오신다”하고 반갑게 뛰어 나가던 시절이다. 하루에 30여명 정도. 토요일도 회원대우를 해줬으니까. 회원권 가격은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였다. 국내 정규 골프장이 12개에 불과했다. 이곳 성남만 해도 ‘깡시골’이었다.

1930년 지금의 어린이대공원에 서울CC가 개장했고 이어 부산(1956년), 한양(1964년), 뉴코리아(1966년), 안양베네스트(1968년)가 뒤 이어 오픈했다. 1970년에 익산(구 이리), 양지파인(구 양지), 인천국제, 한원(구 오산) 등 4곳이 문을 열고 이듬해 동래베네스트, 남서울, 캐슬렉스(구 동서울)가 각각 개장했다. 개장 당시 부산CC 회원권 분양 가격은 2만원이었다. 안양GC는 연회원제로 6만원을 받았고 한양CC는 18만원이었다.

▲난풍이 곱게 물든 남서울CC 15번홀(파4).

-국내 골프장에서 가장 먼저 주말 비회원 그린피를 26만원으로 올렸다.

고육지책이었다. 엄청난 세금 때문에 늘 적자에 허덕였다. 처음부터 수익을 내려고 만든 골프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적자가 난다면 기업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우리 골프장이 세금을 가장 많이 낼 것이다. 입장객 1인당 세금만 평균 13만원 부과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도 연습장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리모델링했다.

-다른 골프장과 색다른 전통이 있다고 들었다.

‘평생 직장’ 골프장이다. 주주들의 기업마인드가 한 분야에 정통한 직원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20년 넘은 직원이 많다. 71년 같이 입사한 코스관리부 직원 4명이 정년퇴직한 뒤 다시 남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캐디를 그만두고 코스 관리부나 주방에 근무하는 직원도 7명이나 된다. 스스로 퇴직을 하는 사람을 빼놓고는 본인이 원하면 어느 부서에서든 일을 할 수 가 있다는 것이 우리 골프장의 강점이다. 노하우를 사장(死藏)시키는 것이 결국 인력 낭비 아닌가.

-경영철학이 있다면.

거창한 철학은 없다. 그냥 직원들 마음 편하게 해주고 매일 아침 7시에 부서장 회의에서 전날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다. 그래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각 부서에서 맞게끔 변화를 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진행이 느리다고 하면 빠르게 한다. 그린이 느리다고 하면 빠르게 조절한다. 음식이 짜다고 하면 염도계로 확인하여 싱겁게 한다. 이것이 전부다.

-이전의 남서울CC는 권위적이고 서비스가 취약하지 않았나.

사실이다. 골프를 즐기는 층은 최상위이다. 그런데 마치 종사자들도 회원들과 동등한 듯 착각해 직원과 캐디들의 친절도가 떨어졌다. 물론 자격지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안되겠다 싶어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캐디를 포함한 전직원들과 산행을 했다. 그리고 털어놓았다. 있는 그대로. 나도 샐러리맨이고 누구나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다만, 노력하다보면 ‘힘없고, 줄 없고, 빽 없는 사람’도 사장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도와 달라고 했다. 진심어린 말이 통했는지 모두들 눈시울을 적셨고 이후 많이 달라졌다.

그는 사장이 된 이후 캐디나 직원에게 야단을 치지 않았다. 그는 무조건 칭찬했고 그것은 고객들에게 돌아가 기분 좋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코스관리, 총무, 회계, 영업 등 두루 업무를 보았지만 딱히 골프장 운영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모두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그는 골프장밖에 모르고, 그것도 남서울만 안다. 그래서 다른 골프장과 비교하지 않는다. 특히 기업과 기업은 더욱 비교하지 않는다.

-잊지 못할 일이 있다던데.

코스이야기다. 남서울CC는 세계적인 일본인 코스디자이너 고(故) 이노우에 세이치의 설계했다. 2001년 나를 일본으로 초청해 그들이 체제비와 설계한 명문 골프장을 돌아본 뒤 비본(秘本)을 건넸다. 남서울CC를 홀마다 어떻게 고쳐야 좋은 골프코스가 나오는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그것을 보고 조금씩 리뉴얼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코스관리부 직원들에게 부탁한 말이 있다. 나 죽으면 화장(火葬)해서 코스에 뿌려 달라고 했다. 남서울 골프장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다. 남서울 골프장은 내 인생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최태영 사장은 매년 가족골프를 한다. 왜냐하면 남서울CC 11번홀에서 2006년 9월26일 홀인원을 했다. 부인 민희영씨는 금강CC에서 전년도 같은 날짜에 홀인원을 했다. 이를 기념해 이날은 부인과 딸 유리씨(한국체육대 박사과정), 그리고 사위 임정우 교수(한국체육대)와 함께 라운드를 한다. 그는 볼을 잘 친다. 2001년 남서울CC 챔피언 티잉 그라운드에서 이노우에 세이치제자 구로사와와 라운드를 했을 때 78타를 쳤고, 레굴러티에서는 74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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