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부문화 정착은 '삼박자 궁합'

입력 2010-10-14 11:00 수정 2010-10-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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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배려하는 사회 上

서구 사회에 기부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사회의 노력과 대기업 등 부자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국가의 제도적 지원 등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덕분이다.

서구 복지국가들은 1970~1980년대 중반부터 계속되는 부진한 경제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사회복지제도를 뒷받침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빈곤층 증가, 심각한 소득불균형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정부의 공공정책에 한계를 느끼고 성숙한 시민사회의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비영리 조직이다.

비영리 조직은 사회복지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데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부문화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재단’ 같은 지역재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재단은 지역에 기반을 둔 사회공헌재단으로 사회공헌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실질적인 공헌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초의 지역재단은 1914년 설립된 미국의 ‘클리블랜드 재단’으로 이 재단은 역사와 운영에서 세계 지역재단의 모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에서 지역재단은 재원조달, 모금 프로그램, 이사회 구성, 목적사업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합당한 조건만 갖추면 사업실적이 없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비영리 조직보다 훨씬 오래 전에 공공부조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 부유층이다. 미국 역사에서 재벌이 기부를 통해 사회 변혁을 일으킨 것은 버핏과 게이츠가 처음이 아니다. 사실은 1830년대~1930년대까지 같은 시대를 산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와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대부터다.

이들이 자선사업을 통해 변화시킨 영역은 교육, 문화, 의료 등 광범위하다.

정유사업을 통해 재벌이 된 록펠러는 시카고대학교를 설립해 교육의 산실로 키웠고 ‘록펠러 재단’도 세워 문화예술, 교육, 의료 전반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US스틸의 전신인 카네기 철강사를 세워 거부가 된 카네기는 만년을 교육과 자선사업으로 보냈다. 오늘날 미국 전역 곳곳에 세워진 ‘카네기 도서관’은 미국 시민들에게 지식과 삶의 풍요를 안겨주는 곳으로 ‘줌’과 ‘나눔’의 이치(理致)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버핏 게이츠가 이들과 다른 점은 기부 서약 운동을 통해 동시대인들에게 진정한 나눔과 공생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부 문화가 이처럼 활성화하고 있는 이유는 세금공제 혜택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세제혜택은 주마다 다르다.

애리조나 주(州)의 경우 100%의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다만 한도액은 개인은 연간소득 금액의 50%, 기업은 소득금액의 10%로 정해져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프랑스는 법인에 대해선 매출의 0.5% 한도 내에서 기부금액의 60%를 공제해주는 한편 개인에 대해선 소득의 20% 한도 내에서 기부금액의 66%를 공제해 주고 있다.

영국의 경우 법인에 대해 과세수익에서 기부금액을 차감해주고, 개인에 대해선 기부금액의 22~40%까지 공제해준다.

기부 문화가 활성화한 또 다른 이유는 기부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 개선도 일조했다.

작년 10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관대한 기업들’을 보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2008년 기부액수는 전년도에 비해 5.1% 늘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업의 이미지가 기업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 기업 문화가 경제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부금을 늘리게 한 밑거름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가치평가가 어려운 현물기부에 대해서도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IBM이나 휴렛패커드(HP)같은 컴퓨터 업체들의 경우 자사 제품을 교육기관에 기부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제품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기관에 제품이나 장비를 기부할 경우 10%의 세금 감면혜택을 주고 여기에 제품의 원가와 시가 사이 차익의 50%를 더 감면해 준다. 이를 통해 제품 홍보와 회사 이미지 강화의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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