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⑥대기업 때리고, 서민에 퍼주기식은 곤란

입력 2010-08-09 07:20 수정 2010-08-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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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정책 왜 문제인가]반시장 정책이 왜곡 부른다

친(親)서민 정책을 근간으로 한 정부의 무리한 정책개입은 시장왜곡과 혼란을 넘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대기업에는 '때리기식', 서민에는 '퍼주기식' 정책과 개입은 한국경제호(號)를 끌어온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모럴 헤저드를 낳을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경기(景氣)가 아닌 경제 전반에 두고두고 커다란 부담과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을 타겟으로 삼고 친서민 목소리를 높이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과 우려는 이전 노무현 정권 당시에 제기됐던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과 우려에 비해 더 구체적이고, 강도가 더 높다 할 수 있다.

정부가 지방선거 패배 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친서민’으로 초점을 갑작스레 바꾸면서도 그 배경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는 데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대기업을 타겟으로 포퓰리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내세운 것은 기업 성장이 곧 고용으로 이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른바 물이 넘쳐 주변을 적시는 '적하효과'(Trickle Down)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정부는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장려를 위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하는 등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편의를 봐줬다. 제조업 위주의 한국경제에서 아무리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고 돈을 벌어도 고용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대기업이 돈을 갖고만 있지 고용창출과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며 대기업을 향해 서운함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회복 와중에서 더 악화된 양극화는 여권의 지방선거의 패배로 귀결됐다. 그러자 정부가 다시 180도 핸들을 돌리고 있는 양상이다. 극단적인 편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 짜인 청와대 참모진은 선거 패배원인을 분석하고 친서민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현상을 단기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잦은 정책개입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데도 오히려 무리한 개입과 원리에 반하는 정책으로 경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친서민 정책이 의도와 다르게 엇나가는 경우는 역대 정권에서 수없이 되풀이 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멀리 갈 것도 없이 노무현 정부 때의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하고 강남을 옥죄는 각종 억제책 내세웠지만 집값 땅값은 하늘로 치솟기만 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강남 압박의 정책 효과가 실제 실효성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생 구호는 서민의 정부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외쳐졌던 사안이다. 구호만 난무하는 이벤트성 정책으로는 대기업 위주의 개발과정에서 30~40년간 쌓여온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친중소기업 정책 추진이 단적인 사례다.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불공정거래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에도 원인이 있지만, 이 보다는 생산성 격차가 워낙 큰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기업은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통해 R&D 투자를 늘린 반면 중소기업은 규모가 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 속에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부품조달은 국제화되면서 중국 등에 아웃소싱하게 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낙수효과는 떨어지게 됐다.

납품단가 문제도 정부가 개입해 올리게 되면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어지고 1차 하청업체와의 관계에서보다는 1차와 2차, 3차 하청업체간에 문제가 되고 영세 중소기업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을 고용창출의 주체로만 볼 것이 아니다”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면 자연이 경쟁력이 올라가고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술혁신의 주체로 중소기업을 바라보고 R&D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위적인 정부의 시장개입 보다는 법적인 차원에서 해결될 과제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여부는 부정할 수 없는 과제로 정부가 상시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당사자간 거래이기 때문에 결국 사법적 판단으로 풀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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