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스팩(SPAC) 투자의 '허와 실'

입력 2010-06-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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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장 1백일 지나도 주가 공모가 맴도는 이유

개인 투자자인 H씨(34ㆍ회사원)는 지난 3월 증권사들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열풍에 수천만원의 종자돈을 모르쇠 투자한 것에 대한 후회를 털어놨다.

K씨도 지난 3월 고점에서 매입한 이후 50%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주가 상승을 이끌 모멘텀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스팩 첫 상장 3개월이 지났지만 모든 상장 종목이 공모가 근처에서 횡보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중소형 증권사들의 스팩이 상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시장의 변죽으로 전락하고 있다.

◇거품 꺼진 스팩의 증권사도 골머리?

지난 11일 상장된 히든챔피언스팩의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이 상장 직전 장외매도를 통해 79만여주를 팔았다. 이에 따라 히든챔피언스팩에 대한 삼성증권의 지분율이 19.57%에서 14.66%로 내려 앉으면서 1대주주를 동부자산운용에게 물려줬다.

삼성증권측은 “장기적인 스팩 투자가들의 요청이 있어 일부 지분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장외매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일부의 분석은 삼성증권측 입장과 다르다. 청약 당시 미달 물량을 인수한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히든챔피언스팩의 공모주 청약미달로 실권주 314만9996주(주당 2000원)를 인수했다.

히든챔피언스팩이 지난 11일 상장 이후 2거래일 연속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14일 오전 공모가와 비교해 5%이상 빠진

상태다.

지난 3월 이후 잇따라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스팩주들이 공모가를 밑돌면서 증시의 변죽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처음 상장된 대우증권스팩은 11일 현재 공모가(3500원)수준인 35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동양밸류스팩과 우리스팩은 연일 공모가(1만원)보다 낮은 9500원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미래에셋스팩과 현대증권스팩도 공모가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대형증권사들의 스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달부터 잇따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스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내로 교보증권, 부국증권, 신영증권 등 스팩 6종목이 상장예비심사를 마치고 시장에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향후 스팩 주식 공모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증권사와 개인의 ‘동상이몽’

현행 스팩 제도를 보면 증권사 등 투자매매업자는 스팩이 발행한 주식 등의 발행총액의 최소 5%를 투자하도록 해 일반 공모주주와 이해관계 일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스팩은 우량 비상장사의 인수합병과 상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개인 투자자와 달리 다양하다.

스팩의 주가는 태생부터 모멘텀을 가질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본래 목적인 비상장기업과의 M&A(합병)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힘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상장기업과 합병시 스팩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게 된다. 이때 주가 상승으로 스팩의 시가총액이 늘어나면 합병대상 기업의 주주가 받게 되는 합병주식의 지분율이 낮아지게 된다.

스팩의 주가상승이 우량 비상장 기업의 인수합병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는 셈이다.

합병(M&A)이 실패해 스팩이 해산하게 되면 공모가격에 비해 고가로 취득한 후발투자자는 공모가격수준의 원금보장만을 받게 되므로 주가가 오른 만큼 손실폭도 커지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스팩의 존속한계기간은 3년이다. 또 이 기간에 합병 대상을 찾는다고 해도 M&A 마무리까지 1년여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회금 기간은 4년으로 늘어난다.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스팩의 공모가를 밑돌 수도 있어 수익성 여부도 불투명해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는 비상장사의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공모수수료의 절반가량이 증권사의 주머니로 그대로 들어간다.

대우증권스팩만 보더라도 상장을 위한 공모 수수료 26억(공모총액 875억원의 3%)의 절반인 13억원이 이미 합병전에 증권사가 챙겼다. 나머지 공모수수료는 다른법인과의 합병등기가 완료되면 받게 된다.

스팩 설립은 증권사들의 임금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스팩은 명목상 회사다. 인수합병에 필요한 실무는 발기인이 증권사의 인력을 이용하게 된다.

공모를 통해 조달된 금액의 일정부분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는 스팩의 존속 한계기간인 3년간 임금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사업무 수수료도 수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용상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총괄팀장은 “스팩은 상장 이후 특별한 주가 모멘텀이 없다”며 “시장에서의 취득가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들의 경력과 합병대상 등을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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