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 되지만 이러한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그룹에도 성장의 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반도체 16라인 기공식 자리에서 사상 최대인 26조원을 올해 반도체와 LCD 사업에 투자키로 밝히며 내뱉은 일성이다.
올 들어 글로벌 IT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이건희 회장의 어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위기상황서 주목받는 발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림과 동시에 위기 타개의 기폭제로 삼아왔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란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소니 마쓰시타 필립스 등 세계 일류기업들의 제품과 삼성 제품을 같이 진열하는 비교 전시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책상 위에 놓인 삼성 제품들을 하나하나 망치로 내려치면서 사장들을 질타한다.
이어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주문하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소니를 비롯한 세계적인 전자회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모방이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는 질책이자 주문이었다.
이 회장은 회사가 잘 나갈 땐 임직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채찍질 하는 발언도 했다. 사상 처음으로 소니의 시가총액을 앞서고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2002년 4월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사장들을 불러모아 "잘나갈 때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항공기가 마하의 속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체 소재를 바꿔야 하듯이, 이제 전체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앞선 기업에 차이고, 뒤 따라 오는 기업에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었던 2004년에도 그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지금이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창조경영도 들고 나왔다.
그는 2006년 뉴욕·런던·두바이·요코하마 등지로 40일 동안 이어진 출장길에서 "21세기는 단순히 상품만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라 창의력과 아이디어, 정보를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행정규제와 정부의 권위의식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도 나왔다.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고 말한 게 바로 그것.
지난 2002년 4월 삼성 전자계열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5년에서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며 신수종 사업 발굴을 강조한 바도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에 전격 복귀하며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내 삼성의 대표상품들이 다 사라질 수도 있다"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삼성은 지난 11일 5개 신수종 사업에 10년간 2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요타 사태를 비롯 소니 등 전자업체가 힘을 잃고 있는 일본과 관련해서 여전히 배울 게 있다는 말도 던졌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인 지난 4월 6일 저녁 승지원에서 차기 게이단렌 회장으로 내정된 요네쿠라 히로마사 스미토모화학 회장 등 방한 일본 기업인들과 회동을 갖고 "삼성이 최근 몇년간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기업으로 부터 더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