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3년 맞은 팬택, 눈물의 성과 영근다

입력 2010-04-07 15:49 수정 2010-04-0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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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기 연속 흑자 달성...채권단, 박 부회장에 스톡옵션 주는 등 성과 인정

지난 2006년 겨울, 팬택계열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휴대폰이라는 글로벌 거대기업의 전쟁터에 기술력 하나로 처절하게 경쟁했지만 끝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채권단에 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해야 했다.

이듬해인 2007년 4월19일 기업구조개선이 결정돼 '와심상담(臥薪嘗膽)'의 기간을 보낸 3년여가 지난 지금. 기업구조개선작업 실시 이후 10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화려하고 부활하고 있다.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팬택은 지난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게 된다. 또 휴대폰시장이 대형 브랜드 사업자로 재편되면서 경쟁이 과열돼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파워의 팬택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만다.

특히 ODM사업을 중단하고 자체 브랜드 사업 진행을 위해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했지만 그다지 성과를 보지 못하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결국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오게 된 것.

지난 3년간 팬택의 노력은 대단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과장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분기 단위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유리알 처럼 투명하게 회사의 현재 상황을 3개월에 한 차례씩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화시키는 작업을 해온 것이다.

팬택의 열정도 부활에 큰 힘이 됐다. 박 부회장이 주관하고 거의 모든 주요 보직자가 참여하는 부문별 매주 월요일 경영점검회의와 EM(Executive Meeting), 판매전략회의 등 주요회의는 오전 6시30분에 시작된다. 박 부회장은 회의 시작 30분전에 계열의 중역들과 사전 미팅을 갖기 때문에 대개 출근시간은 새벽 5시40분 전후다.

신입사원이 입사해 환영회를 갖는 자리에서 박부회장이 던지는 일성은‘사표 쓰는 법부터 배우고,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녀라’는 말 이었다. 일이 힘들고 무서워 떠나겠다는 구성원은 잡지 않고, 단 한 명이라도 죽을 각오로 일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 박 부회장의 소신이다.

기업개선작업 이전에 연구소가 개발 일정을 정확히 맞추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늘 연구소에게 부여되는 과제는‘타임투마켓(Time to market)’이었고 개발일정 준수는 연구소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연구소에게 개발일정 준수는 더 이상 KPI가 아니다.

연구소에게 부여된 새로운 미션은‘품질’로 바뀌었다. 개발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마케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으며, 실패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품질관리의 주체는 품질본부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역발상으로 연구소가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특히 사업부문에 소속되어 있던 고객의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CS본부를 품질본부와 함께 품질부문으로 엮는 조직개편을 통해서 사후관리비용의 획기적인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결과로 다양한 외부평가기관이 수여한 '고객만족도 2년 연속 1위','한국서비스품질 우수기업 인증,'소비자 선정 휴대폰 부문 서비스 품질 1위','미국 AT&T 서비스 만족도 1위' 등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8월엔 2년여간의 설득과 협상 끝에 휴대전화 핵심칩 개발 기업인 미국의 퀄컴사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7600만달러를 자본금으로 전환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9월에는 미국 특허전문회사 인터디지털(IDC)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 378억원을 출자전환시켜 갚아야 할 부채를 자본화하는데 성공했다.

팬택은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효율적인 경쟁을 위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도 마무리했다.

지난 91년 박병엽 부회장이 직원 6명으로 설립한 팬택계열은 지난 2001년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큐리텔을 인수해 팬택앤큐리텔로 편입시켰다. 이후 2005년 SK텔레콤의 휴대전화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 팬택과 합병시킨 뒤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양사 체제로 운영해 왔다.

지난해 12월31일날 이뤄진 합병은 팬택의 채무 2000여억원을 자본금으로 추가 출자 전환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업개선중인 기업이 흑자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채권단을 설득해 추가적인 출자 전환을 한 것은 한국기업사상 최초의 사례다.

이같은 노력 속에서 채권단과 주주들은 박병엽 부회장에게 전체 발행 주식의 10%인 총 1억6400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팬택의 경영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에 창업자인 박 부회장에게 회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란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기업개선작업 3년간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팬택. 국내 휴대폰시장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특히 최근엔 LG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점유율 면에서도 추격하고 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2013년 2500만대,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2011년 말로 예정된 기업개선작업이 마무리된 후 펼쳐질 팬택의 도약에 다시 한 번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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