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다가오는 데…" 금호그룹 직원들 '한숨만'

입력 2010-02-04 13:43 수정 2010-02-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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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FI·오너일가 '동상이몽' 속 직원들만 희생 강요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명절이 일주일여 남짓 남았지만 작년 말부터 핵심계열사인 금호산업,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추진 일정은 물론 자금지원도 채권단과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 그룹 오너일가들의 줄다리기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대우건설 FI,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

대우건설 FI들은 산업은행이 제안하는 방안을 모두 거부하고 역제안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초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을 한 후 FI들에게 대우건설 주식을 1만8000원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지만 FI들이 매입가격을 높여달라고 주장했다.

FI들은 또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000원에 넘기고 무담보채권자로 워크아웃에 참여하라는 산업은행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신 금호산업에 2조2000억원을 지원해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금호산업을 통해 아시아나,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알짜 기업을 모두 소유하겠다는 것으로 산업은행은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거절했다.

FI들은 이후 산업은행의 원금을 보전해주겠다는 제안, 원금을 보전해주고 이자부문에 대해서 2대1 비율로 출자전환해주겠다는 제안 등을 모두 거부하고 원금과 이자부문까지 보전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여기에 일부 FI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과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을 맞교환하자는 제안 등 떼쓰기식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일 원금보전과 2대1 비율의 출자전환안을 원급보전과 1.8대1 출자전환으로 한발 물러선 수정안을 제시해 놓고 FI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건설 FI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지키려고 터무니 없는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며 "17곳 FI 모두와 합의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한 두곳 정도는 빼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자금 수혈받으려면 오너일가 재산 내놔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각각 2800억원, 1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채권단은 지원의 전제로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이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지난 3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오는 9일까지 1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긴급자금이 지원되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밀린 임직원 월급과 만기가 돌아오는 급한 어음 등을 막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단이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해도 오너일가가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실제 집행이 안 될 가능성도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다만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담보로 내놓는 등 부실 경영책임을 우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작년 말 그룹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룹 오너일가의 사재출연과 관련 "통제 가능한 모든 주식을 내놓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한달이 넘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라는 채권단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박찬구 전 금호석화 회장과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화 주식을 지난 달 15일, 27일, 이달 3일 등 3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해 지분률을 낮추고 있다.

고(故)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략경영본부 부장도 지난달 6일 금호산업 주식 139만여주를 매각해 금호산업 지분율을 0.72%로 낮췄고, 박삼구 명예회장과 장남 박세창 상무 역시 지난달 금호산업 주식 43만주와 40만주의 담보계약을 해지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오너일가의 주식처분이 주식담보 대출금을 값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오너일가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헤이)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오너일가에게 주식처분을 중지하고 설 연휴 전까지 모든 금호 관련 주식을 담보로 내놓고 처분을 위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 금호 직원들, 왜 우리만 희생해야 하나

채권단, 대우건설 FI, 금호 오너일가 3자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속을 끓이고 있는 사람은 금호그룹 직원들이다.

지난 달 그룹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개월 무급휴직 안을 받아들이는 등 회사의 정황화를 위해 묵묵히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 3자의 갈등으로 그룹의 앞날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최근 사측이 생산직 4500여명 중 371명을 해고하고 1006명을 도급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20% 삭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자 사측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워크아웃 상황에서 현재의 임금수준과 단체협약을 유지하는 것은 버거운일이지만 그룹을 나락으로 빠트린 오너일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의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은 월급도 못 받고 회사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채권단과 오너일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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