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나 잘하세요!"

입력 2010-01-12 08:44 수정 2010-01-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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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 대사를 되새김질해 본다. 우선 이 말을 인용해 꼭 해 주고 싶은 곳이 서구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과거 1800년 이전 세계 경제는 동양권이 중심이었다. 중국과 인도를 합쳐 세계의 50%가 넘는 GDP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후 서양의 급속적인 발전에 동양권에 있던 힘은 서양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최근 힘의 이동이 동양, 특히 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시스템이 우월하다며 개발도상국들에게 이 시스템을 따르도록 강요 하다시피 해왔다. 이토록 그들이 우월하다고 하던 여러 시스템에 대해 서구내에서도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동양권은 서구에서 조차 실패로 규명 짓는 시스템 하에서 많은 피해를 받아 왔다. IMF를 겪은 우리는 당시 시장경제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고 많은 기업들은 외국자본에 헐값에 넘어갔다. 제일은행은 영국계은행 스탠챠타드로, 외환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서 인수한 것을 비롯해 대동은행, 충청은행 등 몇 몇 은행은 아예 문을 닫았다. 전 세계를 누리던 대우그룹은 공중 해체까지 됐다.

하지만 당시 미국 정부는 롱턴캐피털매니지먼트를 구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 한국을 비롯한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시장경제,구조조정이라는 잣대로 구제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자신들은 자국의 기업들을 구제했다.

최근에 일어난 20008년 금융위기를 보자. 미국과 영국은 자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지원을 퍼붓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정부에서 HSBC 등 몇 개 은행을 제외하고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결과, 대부분 은행의 대주주가 돼 있다.

정부의 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낳고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며 그토록 외치던 서구권과 그들의 주장을 앞장서서 외치던 일부 국내의 지식계층과 기득권층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이렇다 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서구의 도덕적 우위는 그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표출되었다. 중국은 아마도 서구형 민주주의의 부재 때문인 듯 주요선진국들로 구성된 G8 가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제 미국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만의 G2를 주창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가 우위를 점하기는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서구의 여러 후퇴를 감안할 때 동서양은 이제 대등한 입지에 서 있다. 따라서 서구의 일방적인 훈계는 중단돼야 한다.“너나 잘하세요!” 를 외치고 싶은 대상 1호가 서구권이다.

일부에서 한국인의 해외 성매매, 낮은 준법정신, 교육 문제, 몰 매너 등을 지적하며 일명 '어글리코리안' 이라고 비하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어를 제일 많이 쓰는 것은 한국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비단 우리만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 전체가 그런 것도 아니다.

영국의 젊은이들이 비싼 영국내 성매매 비용 때문에 상대적으로 싼 암스테르담에 가서 성매매를 하기 위해 주말 암스테르담행 저가 비행기 티켓을 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스위스의 시골 한적한 동네를 가도 지역신문에서 성매매 관련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유럽 대도시 어디를 가도 길거리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쉽게 볼 수 있다. 실내금연이 자리 잡은 탓에 번화가 길거리에 담배꽁초는 밤이 되면 수북할 지경이다. 무단횡단은 물론이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젊은이들도 물론 많다.

과음에 고성방가와 싸움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업률과 마약, 도박 문제, 빈부 격차 심화 등 사회적인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교육 문제도 그렇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학군에 따라 집값이 차이나는 것도 아니다. 영국도 학군 좋은 곳은 집값이 비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예를 들면서 교육을 강조하겠는가. 상황이 이렇지만 어느 누구 하나 ‘어글리 서양인(westerner) ’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타협과 배려, 상호 존중이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 또한 각자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다.

그동안 샌드위치론, 준비경영, 창조경영 등 사회에 화두를 던져온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이 모처럼 다시 화두를 던졌다. "사회 각 분야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기업 뿐 아니라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가 국내외에서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습니다"

역시 전쟁터와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삼성그룹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최고 경영자로써 우리가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대사에서 의미하 듯, 우리가 각 분야에서 남 탓하기 전에 우리 일을 열심히 한다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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