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 분리’ 논란 확산

입력 2009-11-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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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업 부문 비대화...정부·농협 의견 달라

지난 1961년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통해 농업생활력의 증진과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농업은행과 구 농협을 통합해 탄생됐다.

이후 농협은 경제 사업부문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신용부문사업에 치중하고 시중은행들과 수익경쟁을 하다 보니 돈벌이에 급급한 경영행태로 변질됐다.

또한 감독시스템 부재로 인한 경영 비효율과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갈수록 심화되고 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농협의 ‘신용부분’과 ‘경제부분’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 신용사업 비대화 ‘신경분리’ 이유

농협의 ‘신경 분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신용사업 비대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농업인들이 생산한 쌀 등 농작물을 유통시켜주는 경제 사업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고착화한 반면 신용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큰 수익을 내면서 농협의 인적·물적 자원이 신용 부문으로 편중됐다.

이처럼 농협이 돈이 되는 신용 부문 쪽으로만 비대해지고 경제 사업은 날이 갈수록 소홀해지자 ‘농협이 농민을 지원하기보다 돈놀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불만이 농민들로부터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 분리’는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처방으로 제기됐다. 두 사업을 분리시켜 농협의 본업인 경제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매년 수천억원을 경제사업 지원에 내놓는 신용사업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신경 분리’를 처음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은 지난 1994년 정부가 전반적인 농정 개혁을 위해 구성한 농어촌발전위원회였다. 이후로도 신경 분리는 농협 개혁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실제 진전은 더뎠다.

농협 개혁을 둘러싼 잡음이 지나치게 많아 정부에서 선뜻 칼을 들지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신용 부문 이 경제 부문과 분리할 경우 자기자본의 일부가 경제 쪽으로 가면서 자본이 줄어들어 자본 확충이 동반되지 않는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정부는 농협이 스스로 매년 자본금 조달을 위해 8250억원을 적립해 2016년까지 8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축적하고 오는 2017년 판매·유통을 책임지는 경제사업부문과 은행·카드등 신용사업, 조합지원과 농정활동을 맡는 중앙회등 3개 독립법인으로 분리하는 골자의 ‘신경 분리안’을 제시했다.

◆ 정부 VS 농협 의견 엇갈려

이후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신·경 분리’ 방안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농협이 정치나 하고 이권에 개입한다”고 질타하자 상황이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됐다.

이에 정부는 올해 2월 농림수산식품부의 ‘신·경 분리’안과 농협의 자체 안을 가지고 조율한 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법 개정안’을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협중앙회도 올해 3월 농민단체 대표, 학계전문가, 소비자단체 대표, 농협 조합장 등 18명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농개위)를 설치하고 농협개혁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정부와 농협중앙회간의 의견이 차이가 나기 시작하며 마찰음이 발생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정부는 연내에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시키고 내년부터 ‘신경분리'를 추진하기로 해 2011년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용사업을 우선 분리한 뒤 경제사업은 2015년까지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구조개편안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최종안에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앙회의 명칭변경 및 신경분리 시기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 정부는 농협중앙회의 탈권위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농협연합회’로의 명칭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농협은 중앙회가 주는 안정적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으며 조직의 작명은 당사자의 재량이라는 논리로 명칭 변경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협개혁안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협개혁안이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머리인 중앙회의 신경분리만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농협개혁 문제는 경제사업에서 돈이 안되니까 신용사업에서 적자를 메우는 구조 때문에 나온 것인데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만 가지고는 해결방안이 안된다"며 "농업 현장의 단위농협들을 규모화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키면서 이런 문제들과 연계해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농협법 최종 개정안’을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수정해 다음주 주 초 법제처로 법안을 보낼 예정이다. 이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되고 12월 초께 국회에 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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