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대기업, 중국시장 공략 본격화

입력 2009-11-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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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 중국에 본사 설립..."中시장 생산거점 아닌 소비거점"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중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의 중국사업을 재점검하는 한편 공격적인 사업전략으로 전환,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이 본격적인 소비시대에 접어든 만큼 기회를 선점, 세계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거대 시장 중국에서 성공해야만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네트웍스, SK에너지 등 주요 계열사의 중국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1일 중국에도 본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에서의 성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워크숍을 통해 "중국 본사를 구축하고 스피드메이트 사업과 철광석 사업 본사를 내년 초까지 중국으로 이전하겠다"면서 "패션·화학·소비재 관련 본사도 향후 1~2년 내에 모두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중국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SK네트웍스가 중국에 집중해 승부를 내고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것은 SK그룹 전체의 중국 사업 재편을 앞둔 신호탄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의 주요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집결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모델과 상품을 가지고 중국에 나서는 공급자 중심 접근법에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철저하게 중국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수요자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SK그룹은 중국시장에 들인 '공'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중국을 생산기지 또는 수출 상대방이 아닌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겠다'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세웠지만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에 가로막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SK네트웍스의 '중국 올인' 전략과 같이 SK에너지, SK텔레콤 등 나머지 핵심 게열사들도 2010년 경영계획 수립에 맞춰 연말까지 새로운 중국 사업 계획을 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에너지도 국내 아스팔트 사업부 중 일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팔트는 SK에너지를 대표하는 수출제품이다. 지난 1993년부터 중국에 아스팔트를 수출하기 시작한 SK에너지는 올 4월 누적 수출 1000만t을 돌파할 정도로 중국 아스팔트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SK에너지는 아스팔트 사업부의 중국 이전을 통해 아스팔트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토대로 아시아 전역에 걸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최근 중국 2대 유무선통신회사인 차이나유니콤에 투자한 지분을 모두 정리한 SK텔레콤도 지분 투자를 통한 현지 진출을 모색보다는 '산업생산성향상(IPE)'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중국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아울러 '기술'을 중점으로 한 사업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의 마케팅 중심의 전략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술력을 강화해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면서 "구체화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10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이윤우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조분야 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중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중국 생산거점 강화에 돌입했다. 그동안 중국을 인건비가 싼 단순한 생산거점으로 봤던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도 한국 못지않게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다목적 생산거점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추격과 중국 내 글로벌 회사들의 경쟁에 맞서 삼성전자도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한 차원 높여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삼성전자가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쑤저우에 짓겠다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이다. 종전에도 쑤저우에는 한국에서 LCD 패널을 수입해 쓰는 조립형태의 LCD 모듈 공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LCD 패널까지도 쑤저우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 초부터 사업조직을 DS 부문과 완제품(DMC) 부문으로 양분한데 따른 변화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제조분야 회의를 통한 생산거점 강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 거대시장으로 급성장하는데 따라 삼성전자의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중국 내수시장 전략을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 명품)'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과 대도시를 공략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라오바이싱(老百姓·대중), 중소도시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디지털TV, 휴대폰 등 완제품사업에서도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LG 수뇌부는 지난달 2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난징(南京)을 찾았다. 구 회장은 난징에 위치한 LG 계열사 공장들을 꼼꼼히 둘러보고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이 이달 2일 계열사 사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컨센서스 미팅(CM)'을 시작하기 전 중국 내 최대 생산거점인 난징을 찾은 것이다. 구 회장은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면서 "중국시장은 한국과 동반해야 할 전략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4조7000억 원을 들여 LCD 생산라인을 짓고 LG전자는 제품과 솔루션(소프트웨어)을 결합한 수익 모델을 통해 글로벌기업들의 추격에 맞설 예정이다.

또한 LG전자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에는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과 신제품 수, 유통망을 각각 2배 이상 늘리겠다는 '트리플 더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도 중국을 방문 중이다.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정 회장은 베이징에 있는 현대차 공장과 장쑤성 옌청 기아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과 판매를 독려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생산 능력은 각각 60만대와 44만대로 현대차는 판매량이 향후 1~2년 내 연간 생산능력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베이징 3공장 건설 ▲1, 2공장 생산라인 확충 ▲기존 중국업체 인수 등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코오롱그룹은 최근 중국 현지 핵심인재 육성에 나섰는가 하면, 효성그룹도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시설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내수 주도의 성장세에 가속이 붙어 연간 9.8%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2010년 상하이 엑스포(5∼10월)와 광저우 아시안 게임(11월)을 기점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기존 3대 경제권 대체 시장이 아닌 새로운 잠재시장"이라면서 "중국의 소비시장 정보 입수채널을 확보해 시장 진출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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