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축제 오려고 학교도 빠졌어요"…구미 도심 달군 K-라면 열기 [르포]

입력 2026-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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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구미시 손잡고 2022년 첫발…지난해 방문객 35만 명
신라면 생산량 75% 담당하는 구미공장…지역 농산물로 한정판 개발
타 지자체서 벤치마킹 방문…인파 몰리며 취식 공간 부족은 숙제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왼쪽부터) 상주남부초등학교 5학년 강서진, 이다온, 안예준 군. (황민주 기자 minchu@)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왼쪽부터) 상주남부초등학교 5학년 강서진, 이다온, 안예준 군. (황민주 기자 minchu@)

학교 째고 왔어요. 라면축제는 1년에 한 번밖에 없잖아요.

6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2026 구미라면축제'. 친구들과 축제장을 찾은 상주남부초등학교 이다온 군은 학교에 가지 않고 라면축제에 왔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를 설득해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강서진 군은 라면을 먹고 이연복 셰프의 요리 시연도 관람했다. 지난해에 이어 축제장을 찾았다는 안 군은 "저번보다 오늘이 더 좋았던 것 같다"며 "이연복 셰프님도 만나고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농심과 구미시가 함께 키워온 지역 대표 축제다. 농심 구미공장이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한다는 지역적 특색에서 출발했다. 2022년 구미라면 캠핑 페스티벌로 첫발을 뗀 이후 매년 규모를 확대해 왔다. 첫해 1만여 명 수준이었던 방문객은 2023년 약 10만 명, 2024년 17만 명에 이어 지난해 35만 명으로 늘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커졌다. 지난해 사흘간 갓 튀긴 라면 48만 개와 라면 요리 7만4000그릇이 판매됐다. 총 소비액은 2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중 외지인 비중도 40.8%에 달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김장호 구미시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역에 소재한 글로벌 기업 농심과 지역 음식점, 농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라며 "이런 협업을 지역 발전과 연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미역에서 축제장으로 이어지는 475m 길이의 역전로는 거대한 야외 라면식당으로 변신했다. 길가에는 라면 수프 특유의 매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전날 내린 비가 그치고 하늘은 쾌청했지만 찬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현장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돼 인파를 관리했다.

오후 1시 30분께부터는 라면을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갓 튀긴 라면을 사려는 사람들과 이색 라면 요리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축제장은 북적였다. 라면을 받아 든 방문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길가에서 식사를 즐겼다. 바람에 일회용 젓가락과 쓰레기가 날리자 이를 주우러 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축제장에는 라면레스토랑 25곳과 라면트럭 8대 등 총 33개 음식점이 참여했다. 단순히 봉지라면을 끓여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복튀김 라면, 송이·능이 라면 등 이색 메뉴를 선보였다. 방문객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면과 수프, 토핑을 조합하는 '라면공작소'와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라면을 판매하는 '갓랜드' 등도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구미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밀을 100% 활용한 한정판 '구미라면축제면'도 등장했다. 농심이 약 1년간 개발한 제품으로, 얼큰한 소고기장국 스타일의 국물에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을 더했다. 농심 관계자는 "구미산 밀가루는 일반적인 밀가루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지역 상생의 의미를 담아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구미라면축제를 찾아온 시민이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구미라면축제를 찾아온 시민이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민주 기자 minchu@)

지역 상인들에게도 축제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지난해 축제에서 토마토라면 4600그릇을 판매해 베스트셀러 업체로 선정된 김만곤(42) 씨는 올해도 참가했다. 구미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국악을 전공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업에 뛰어든 그는 과거 일본 공연 당시 맛봤던 토마토라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축제에 도전했다.

김 씨는 "지난해에는 처음 참가하다 보니 직원과 재료 준비가 미흡해 쉴 시간도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올해는 직원들의 휴게 시간을 확보하고 재료도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 이후 가게 운영에도 도움이 됐다"며 "구미를 알리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2년 연속 음식 판매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전수민(33) 씨 역시 구미시의 공개 모집과 면접을 거쳐 올해도 축제에 참여했다. 전 씨는 "구미에 농심이 있어서 이런 행사도 열리고 좋다"고 말했다.

구미라면축제는 다른 지역 축제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날 울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축제 운영 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울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시설을 통일감 있게 잘 꾸몄고, 먹거리 체험 축제인 만큼 회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운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라며 "지역 상권과 연계해 라면을 활성화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참여를 경쟁력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 굉장히 부럽다"며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판매로 연결하는 것도 대기업이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밀려드는 방문객에 비해 취식 공간은 부족해 보였다. 일부 방문객들은 음식을 받아 들고도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길가에 자리를 잡았다. 구미시는 올해 취식 공간을 지난해 2400석에서 2700석으로 300석 늘렸지만 현장에서는 추가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축제장을 찾은 구미 시민 조남훈 씨는 "먹는 자리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지금도 보면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서 먹고 있지 않느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미시는 사흘간의 축제를 연중 관광 수요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축제에서 인기를 얻은 이색 라면을 지역 음식점의 정식 메뉴로 확대하고, 라면 요리와 체험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는 '구미라면관'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김 시장은 "축제 기간에만 관광객이 오는 것이 아니라 연중 방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구미라면축제를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능가하는 아시아의 대축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구미라면축제 길거리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황민주 기자 minchu@)
▲구미라면축제 길거리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황민주 기자 min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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