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표권은 원칙적으로 등록된 지정상품이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보호된다. 따라서 음악 공연업과 화장품처럼 상품·서비스의 성격이 다른 경우에는 동일한 상표라도 서로 다른 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유명상표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유명상표에 대해 일반적인 상표보다 폭넓은 보호를 인정한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는 수요자에게 현저하게 인식된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제한한다. 또한 제13호는 국내외에서 알려진 상표를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따라서 블랙핑크와 같은 유명 그룹의 명칭을 제3자가 화장품에 사용한다면, 소비자가 해당 화장품을 공식 협업상품이나 라이선스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 유명상표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목적 등을 고려하여 등록을 제한할 수 있다. 반드시 상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상품의 유사성만으로 상표권 충돌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미국 상표법에서는 소비자가 서로 다른 상품이라도 동일한 기업에서 출시하거나 후원·제휴 관계가 있다고 오인할 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나아가 미국 전역의 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상표는 희석화(Dilution) 법리에 따라 상품의 유사성이나 출처 혼동 가능성과 관계없이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상표의 실제 사용과 권리 발생 시점, 미국 내 인지도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블랙핑크 관련 분쟁에서도 단순히 그룹명이 유명하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화장품 상표의 출원·사용 시점과 당시의 인지도, 부정한 의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해외에서 우리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단순히 상표를 등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K팝처럼 굿즈와 화장품, 패션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는 브랜드는 핵심 사업뿐 아니라 관련 상품군까지 선제적으로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의 유명성은 보호범위를 넓혀주지만, 사전에 확보한 상표권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홍혜종 새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