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설 지연 땐 韓 반도체 신규 주문·수익성 부담…기존 투자는 견조
대미 투자 합의 검토 강화 전망…의회·행정부 견제는 금융시장에 호재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데이터센터 건설 둔화로 이어지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방 차원의 AI 정책이 유지되더라도 주정부가 유권자의 반감을 반영해 건설 속도를 늦추면 신규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톰 오를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2026 미국 중간선거 및 거시 전망 웨비나’에서 선거 이후 주정부의 데이터센터 정책을 한국 반도체 업계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과반을 모두 확보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보유했던 최소 7석을 가져왔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텍사스·아이오와·오하이오 등에서 공화당을 꺾었다.
오를릭 수석은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때문에 연방 차원의 AI 입법은 쉽지 않으리라고 봤다. 반면 주지사는 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조절할 권한을 갖춰 실제 투자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건설이 계획된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이번 주지사 선거 대상 지역에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주지사가 늘거나 공화당 주지사가 데이터센터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을 정책에 반영하면 건설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반감의 배경으로는 생활비 부담을 꼽았다. 무역 갈등과 이란 전쟁에 더해 AI 투자 확대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PC·모바일 기기 값이 오르고, 데이터센터 증설로 지역 전기·수도요금 부담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건설 지연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이미 확보한 주문보다 향후 물량과 수익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다만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공사에 들어간 데이터센터까지 제약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를릭 수석은 기본적으로 AI 투자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급격한 위축에 따른 충격을 경계했다. 미국 주가가 20% 하락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해 데이터센터 투자가 1년간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하면 한국과 대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컸던 만큼 투자 위축에 따른 영향도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합의에 대한 의회 검토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 견제에 집중하면서 미국 정부의 민간기업 지분 취득과 외국 기업의 투자 합의를 엄격히 들여다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세 공세가 다시 거세질 가능성은 작게 평가됐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대만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을 이유로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 확대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금융시장 전반에는 의회와 행정부의 대립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를릭 수석은 민주당 의회와 공화당 행정부가 서로를 견제하면 새로운 규제나 증세를 추진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