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9조 원 해킹⋯가상자산업계 보안 강화, 韓도 긴급 점검

입력 2026-11-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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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핫월렛에서 63억 달러 상당 가상자산 탈취
‘트레이더트레이터’ 연루 의혹∙∙∙北 “터무니없는 주장” 반박
가상자산업계, 피해 확산 방지와 보안 강화 위한 조치 나서
금융위, 긴급회의 개최∙∙∙추가 보안 조치 당부

바이낸스에서 9조 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이 유출되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해킹 배후와 후속 대책에 쏠렸다. 미국 수사당국은 북한 연계 조직을 범행 주체로 지목했으나, 북한은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요 거래소를 비롯한 관련 기업도 자산 보호를 위한 조치를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잠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관리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美 FBI, 배후로 북한 지목∙∙∙北 전면 부인

지난달 29일 오후 8시 5분(UTC)경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서 9조 원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핫월렛에서 탈취된 가상자산은 63억 달러에 달한다.

초기 조사에서는 개발∙운영(데브옵스, DevOps) 엔지니어의 노트북 침해를 통한 내부 시스템 접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커는 내부 서비스에 접근해 무단 출금을 실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추가 보안 침해 지점이 확인되면서 정확한 침입 경로는 여전히 조사 중이다.

블록에이드(Blockaid)의 이도 벤나탄(Ido Ben-Natan) 최고경영자(CEO)는 거래 서명 시스템에 외부 침입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더리움의 EIP-7702 기능을 악용해 보안 절차를 우회하고 대규모 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 연계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으며,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TRM Labs)와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도 온체인 기록과 과거 수법을 근거로 해당 조직의 연루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온체인 분석가 잭XBT(ZachXBT)는 바이낸스와 지난 9월 비트겟(Bitget) 해킹으로 탈취된 자금이 동일한 지갑 주소에서 합쳐진 정황을 확인했다. 비트겟 사건 역시 북한 연계 조직의 소행으로 의심받는다.

다만 바이낸스는 해커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리처드 텅(Richard Teng) 공동 CEO는 이번 사건이 엔지니어 한 명의 접근 권한이나 단 한 번의 조작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갑의 개인키가 유출됐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특정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금 이동 과정에서는 새로운 세탁 방식도 포착됐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단기간에 수천 건의 거래가 발생했으며, 가상자산이 여러 지갑을 오가거나 기존 주소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다수의 지갑이 각각 1트론(TRX)을 받은 뒤 자금을 재분배했다. 탈취 자산이 분산된 주소는 현재 수천 개에서 향후 수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FBI의 주장을 ‘북한의 국제적 위상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도발’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사이버 범죄 국가’(Cyber Criminal State)로 낙인찍으려 한다”며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일 뿐 새로운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국제적으로 대규모 사이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북한을 무분별하게 연관 지어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발생한 15억 달러 규모의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건에 대한 의혹 역시 일축했다.

그는 탈취된 가상자산이 회수될 경우 최종적으로 누가 이를 확보하는지 살펴보면 해킹 배후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를 미국의 연루 가능성을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상자산업계 보안 조치 잇따라∙∙∙韓 금융당국도 점검 착수

바이낸스 해킹 사건 이후 해당 거래소를 비롯한 글로벌 가상자산업계가 보안 강화에 나섰다.

바이낸스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과 이용자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보안 조사와 인프라 시스템 개선, 추가 자금 손실 방지 및 회수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난자금으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바이낸스가 부담할 것”이라며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31일(현지시각)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예방 차원에서 가상자산 개인키를 오프라인에 보관하는 시스템을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크라켄(Kraken)은 업계 보안 사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도 전담팀을 통해 잠재적인 취약점을 매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관련 기업도 피해 확산 방지와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TRM랩스(TRM Labs)는 이번 해킹이 북한 연계 조직의 과거 공격과 유사하다고 보고 온체인 거래 기록과 외부 정보를 토대로 해킹 조직의 활동 및 탈취 자금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은 바이낸스 해킹과 관련해 각각 15억 7000만 달러, 8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다. 반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중앙 발행기관이 없어 같은 방식으로 동결하기 어렵다.

가상자산 위험관리 인프라 기업 서킷(Circuit) 해리 도넬리(Harry Donnelly)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 사회공학적 공격에 대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회공학적 공격’(Social Engineering Hacking)은 사람을 속여 민감한 정보를 빼내거나 시스템 접근 권한을 확보하는 수법이다.

거래소 차원의 보안 협력 방안도 나왔다. 가상자산거래소 OKX 스타 쉬(Star Xu) 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해킹이 발생했을 때 관련 기업이 즉시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경보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탈취 의심 자금을 일시적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금융당국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보안 대응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2일 유영준 디지털금융정책관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주요 가상자산사업자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바이낸스 사고가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미칠 영향과 사업자별 대응 현황을 살폈다. 특히 전산시스템 접근통제와 핫월렛 등 디지털지갑의 출금 승인∙서명 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실태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유사한 침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콜드월렛 비중 상향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 및 추가 대응인력 확보 ▲비정상 접근 시도 보고∙공유 등 신속∙긴밀한 대응체계 운영 ▲준비금 추가 적립 등 즉시 실행 가능한 추가 보안 조치를 당부했다.

금융위는 관계기관 및 업계와 협력해 추가적인 침해사고를 예방하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체계를 계속해서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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