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청룡 트로피를 품었던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이번에는 함께 손자국을 남겼다. 부부 동반 수상의 벅찬 기억부터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마음까지 풀어놓으며 수상 이후의 이야기를 전했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47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제46회 청룡영화상 남녀주연상 수상자인 현빈과 손예진을 비롯해 남녀조연상 수상자 이성민과 박지현, 신인남녀상 수상자 안보현과 김도연이 참석했다.
청룡영화상의 오랜 전통인 핸드프린팅은 수상 배우들의 성취를 손자국으로 기록하는 자리다. 여섯 배우는 약 1년 전의 영광을 돌아보며 작품에 쏟았던 고민과 앞으로의 바람을 나눴다.

‘하얼빈’으로 생애 첫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은 현빈은 행사를 앞두고 수상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는 “오랜만에 다시 설레고 기분이 좋다”며 당시에는 많이 떨렸다고 돌아봤다.
‘어쩔수가없다’로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17년 만에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은 손예진에게도 남다른 자리였다. 데뷔 후 이루고 싶었던 꿈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는 것과 청룡 여우주연상 수상을 꼽은 그는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트로피를 받았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고 밝혔다.
특히 남편과 같은 날 주연상을 받은 기쁨은 오래 남았다. 현빈과 손예진은 청룡영화상 최초로 부부가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각자 작품의 동료들과 시상식의 여운을 나눈 두 사람은 다음 날 함께 기쁨을 되새겼다. 손예진은 부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데 감사하며 포옹하고 자축했다고 전했다.
아들의 축하도 있었다. 현빈은 시상식 당일에는 늦은 시간이어서 아들이 트로피를 보지 못했지만, 다음 날 보고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아들이 조금 더 자라면 수상 장면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은 엄마와 아빠를 우습게 보지만 이걸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부부의 이야기는 ‘하얼빈’ 촬영 당시로도 이어졌다. 현빈은 안중근 의사의 알려진 모습 이면에 있는 젊은 인간의 고뇌를 마주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서른 살의 나이에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었을지, 자신이라면 가능했을지를 거듭 질문했다는 설명이다.
촬영의 마지막 장면은 사형대에 올라 죽음을 맞는 모습이었다. 현빈은 “끝나고 나서 그 모든 것이 한번에 몰려와서 끝나고 꽤 오랜 시간 힘들었다”고 밝혔다.
곁에서 지켜본 손예진은 당시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자신이 더 힘들었다는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해외 촬영이 많았고 현빈의 체중도 크게 줄었다며, 그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에게는 배우이자 부모로서 성숙해지는 계기이기도 했다.

‘협상’과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다시 작품에서 만난다면 어떨까. 현빈은 앞서 했던 장르와 소재는 배제할 것 같다고 답했다. 손예진은 부부가 격렬하고 현실적으로 싸우는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장르와 캐릭터를 떠나 다시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다른 배우와 멜로 연기를 하는 데 대한 질문에는 짧은 답변이 오갔다. 손예진이 “현빈씨가 그런 작품 하면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자 현빈도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이날 배우들은 수상의 기쁨 뿐만 아니라 트로피를 안겨준 인물을 완성하기까지의 부담과 고민도 꺼냈다.
손예진은 ‘어쩔수가없다’의 이미리가 상황을 직접 이끌기보다 남편 만수가 하는 일을 떨어져서 바라보는 인물이라는 점을 짚었다. 캐릭터를 지나치게 드러내서는 안 되지만 배우로서는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 고민했다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세밀한 디렉션을 경험한 그는 시간이 지나며 감독의 작업 방식을 이해하고 더 존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작품에서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범모를 연기한 이성민 역시 박 감독과의 작업에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평소 존경하던 감독이 자신의 약점을 발견할 것 같아 긴장했지만, 시나리오에 인물이 잘 묘사돼 있었고 스태프들의 도움도 컸다고 설명했다.

‘히든페이스’의 첼리스트 미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박지현은 손자국을 남기는 순간에 이르러 수상이 실감 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영화의 역사 속에 제 이름과 손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뜻깊다”며 좋은 작품과 캐릭터로 다시 만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신인상을 받은 두 배우에게 청룡은 앞으로 나아갈 힘이었다. ‘악마가 이사왔다’로 신인남우상을 받은 안보현은 예상하지 못했던 수상에 크게 떨었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축하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깨닫게 한 전환점이었다.
이성민은 당시 드라마 ‘신의 구슬’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작업하던 안보현의 수상이 더 반가웠다고 전했다. 영화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만큼 더욱 축하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안보현은 과거의 자신에게 고민하던 시간이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의 10년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초심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로 신인여우상을 받은 김도연은 수상을 돌아보며 영화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던 순간을 떠올렸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시간에도 의미가 있었다고 과거의 자신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는 그동안 쌓은 생각과 경험을 작품 안에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는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도연에게 청룡은 “시작”이었다. 배우로서 처음 인정받은 순간이자 앞으로 이어갈 배우 생활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이제 시선은 올해 청룡의 주인공이 될 후보들에게 향한다. 제47회 청룡영화상은 부문별 후보자와 후보작을 공개하며 시상식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군체’, ‘세계의 주인’, ‘암살자(들)’, ‘왕과 사는 남자’, ‘호프’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다섯 작품 중 어느 영화가 청룡 트로피를 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제47회 청룡영화상은 25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되며, KBS2를 통해 생중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