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서 톨루엔 실어 영천·김해로”…H사 전 직원, 폐기물 불법 처리 의혹 증언

입력 2026-11-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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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순수 톨루엔 직접 운반…영천서 폐액과 혼합해 시멘트업체 공급”
김해시 “영천서 신고된 폐기물 25t 반입·처리”…영천시는 “25t은 폐기물일 수 있지만 나머지는 알 수 없어”
정읍 폐업 주유소 지하탱크 투기 의혹도 제기…제보자, 관련 현장 사진 제공
허가받지 않은 차량 계근·전국 업체 연계 주장…폐기물 이동·재활용 전 과정 확인해야

▲2일 공익제보자 A씨가 기자와 만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2일 공익제보자 A씨가 기자와 만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경남 김해와 경북 영천의 폐기물 업체 H사를 둘러싼 폐기물 불법 보관·처리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회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이 인천에서 순수 톨루엔을 직접 운반해 영천 사업장에 일부를 하역하고, 남은 물량은 김해 사업장으로 옮겼다고 증언했다. 김해에서는 톨루엔을 폐액과 혼합한 뒤 시멘트업체에 납품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전북 정읍의 폐업 주유소 지하 저장탱크에 폐기물을 투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장 사진도 제보했다.

이 같은 증언은 현재 H사 사업장에 적재된 물품의 성격을 둘러싼 지자체의 엇갈린 설명과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김해시는 영천에서 올바로 시스템에 신고된 폐기물 25t이 김해로 반입돼 처리됐다고 설명했지만, 영천시는 사업장에 남아 있는 물품을 폐기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폐기물의 발생부터 운반, 혼합,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으로 왜 계근하나”…공익제보자가 밝힌 운반 경로

H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A씨는 2일 기자와 만나 자신이 직접 경험한 폐기물 운반과 하역 과정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A씨는 제보를 결심한 계기로 운반 경로상에서 허가받지 않은 차량이 계근하는 상황을 목격한 일을 들었다.

A씨는 “허가받지 않은 차량으로 왜 계근을 하느냐며 차량을 빼라고 하는 상황을 직접 겪었다”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L렉카라는 업체와 고령 지역 업체들까지 연계돼 있는 업체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인천에서 순수 톨루엔을 싣고 영천 사업장으로 운반해 일부를 하역했다고 밝혔다. 남은 물량은 김해 사업장으로 옮겼으며, 김해에서는 톨루엔을 폐액과 혼합해 시멘트업체에 납품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H사의 영천·김해 사업장이 단순히 물질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폐액을 혼합해 다른 사업장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핵심은 혼합물의 성격과 처리 과정이다. 톨루엔과 폐액을 혼합한 물질이 적법한 재활용 연료로 제조돼 공급된 것인지, 폐기물 처리·재활용 관련 허가와 기준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반입 폐기물의 종류와 성상, 처리 공정, 품질 기준 및 관련 인허가를 충족해야 한다. H사가 해당 물질을 실제 시멘트업체에 공급했는지, 어느 공장에 얼마나 반입됐는지, 반입 당시 성분 분석과 품질검사를 거쳤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납품 사실과 물질의 법적 성격은 현재 제보자의 증언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김해시 “폐기물 25t 처리”…영천시는 “나머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의혹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영천 사업장에 적재된 물품의 폐기물 해당 여부를 놓고 김해시와 영천시의 설명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김해시 자원순환과는 환경단체가 김해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직후 백브리핑을 열고, 영천 H사에서 올바로 시스템에 신고한 폐기물 25t이 김해로 반입돼 처리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올바로 시스템은 폐기물의 배출·운반·처리 과정을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영천시는 기자의 질문에 사업장에 적재된 물품을 폐기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업체가 적재물을 발포제 재료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해시가 설명한 25t의 폐기물 신고·처리 사실을 제시하자 영천시는 “25t은 폐기물일 수 있지만 나머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사업장에 쌓인 물품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권한도 시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영천 사업장에 적재된 토트통들 (서영인기자 @hihiro)
▲영천 사업장에 적재된 토트통들 (서영인기자 @hihiro)

A씨는 이 같은 영천시의 반응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영천 사업장에서 쌓여진 폐기물 25t이 올바로 시스템에 신고돼 김해로 반입·처리된 사실이 있는데도, 같은 사업장에 적재된 나머지 물품은 업체가 발포제 재료라고 설명한다는 이유로 폐기물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영천 사업장에 적재된 물품의 실체를 누가, 어떤 절차로 확인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해시는 25t의 폐기물 반입·처리 사실을 설명했지만, 영천시는 해당 물량 외 나머지 적재물의 성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수조사 권한이 없다는 설명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장 내 적재물의 성격과 처리 경로를 확인할 행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읍 폐업 주유소 지하탱크 투기 의혹…현장 사진도 확보

▲전북 정읍 폐 주요소인 서부에너지 지하탱크에 폐기물을 무단투기하는 사진 (사진제공=제보자)
▲전북 정읍 폐 주요소인 서부에너지 지하탱크에 폐기물을 무단투기하는 사진 (사진제공=제보자)

A씨는 유독성 폐기물을 전북 정읍의 폐업 주유소로 여러 차례 운반해 지하 저장탱크에 투기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직접 운반·투기 과정에 관여했다는 설명과 함께 관련 현장 사진도 기자에게 제공했다.

A씨는 김해 H사를 중심으로 전국 여러 업체가 폐기물 불법 처리 과정에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허가받지 않은 차량의 계근 문제와 지역 업체들의 연계 정황도 그 근거로 들었다.

A씨는 대구지역 민방 TBC와도 인터뷰에 응했다며, 자신이 직접 관여한 행위에 대한 공익제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 자료는 제보자의 증언을 검증할 중요한 단서다. 다만 사진의 촬영 시점과 장소, 사진 속 물질의 성격, 실제 지하 저장탱크에 폐기물이 투기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관련 업체들의 역할과 운반·처리 경로 역시 운반 기록과 거래 내역 등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폐기물인가, 재활용 연료인가…관계기관의 전 과정 조사 필요

이번 사안은 특정 사업장에 물품이 적재돼 있는지 여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순수 톨루엔이 어떤 경로로 영천과 김해에 반입됐는지, 김해에서 어떤 폐액과 혼합됐는지, 시멘트업체에 납품됐다면 어떤 법적 지위와 품질 기준으로 공급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톨루엔과 폐액을 혼합한 물질이 적법한 대체연료로 재활용됐다면 원료 반입부터 혼합·가공, 성분 분석, 운반, 최종 사용까지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반대로 허가받지 않은 처리나 기준을 벗어난 혼합·보관·운반이 있었다면 폐기물 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

김해시와 영천시는 관련 사안에 대해 자체적인 행정처분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계기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자체의 설명만으로는 사업장에 남은 물질의 실체와 전체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다.

언론들의 보도에 이어 내부자의 구체적인 공익제보까지 나온 만큼, 이제는 개별 사업장에 대한 민원 대응을 넘어 폐기물 반입·운반·보관·처리 전 과정을 추적하는 관계기관의 전수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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