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독일이 양국 관계를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방산 등 핵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산업·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스마트 제조와 로봇, 에너지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9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메르츠 총리의 방한은 취임 후 처음이자 독일 총리의 양자 방한으로는 3년 만이다. 양 정상은 지난 6월 프랑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메르츠 총리 취임 이후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이날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과 독일연방공화국은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수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온 우방국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인 위험과 도전과제가 증가하고 협력 기회도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양자·다자 차원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구체화할 경제 협력의 틀로 양국 정부는 ‘경제·하이테크 파트너십 프레임워크에 관한 공동의향서’를 마련했다. 자동차·배터리·산업 AI·스마트 제조·로봇공학 등에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고, 핵심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조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양국이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가진 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확인하고, 조만간 체결할 반도체 생태계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을 심화할 의향을 밝혔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에너지 분야에서도 공동의 탈탄소화 목표와 변화하는 에너지 환경을 고려해 기존 한·독 에너지 파트너십을 강화·현대화하기로 했다.
공급망 안정과 산업 전환을 위한 정책 공조도 확대한다. 양국은 핵심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고 친환경·디지털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탈탄소화 목표와 국제적 공약 등을 고려해 한·독 에너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현대화한다.
AI 협력은 연구개발과 산업 활용, 안전·규제를 아우른다. 양국은 최첨단 AI 개발을 포함한 AI 개발·활용 전반에서 협력하고, 기존 한·독 디지털 대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AI 규제와 투명성 요건 등을 논의할 ‘AI 투명성 공동작업반’을 출범시키고, 양국 AI 안전연구소 간 협력과 공공행정 분야의 AI 활용 협력도 추진한다.
이 같은 기술 협력이 공동 연구와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학기술 교류도 강화한다. 반도체·피지컬 AI·로봇·슈퍼컴퓨팅·우주·양자기술·생명공학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제시하고,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독일 연방연구기술우주부 간 협정을 체결할 의향을 밝혔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양국은 무역·투자 관계에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비차별적 대우를 보장할 필요성을 확인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충실한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독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의정서 서명도 환영했다.
양 정상은 서울에서 열리는 독일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회의(APK)를 계기로 양국 기업 간 협력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한국 개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기술 경쟁력은 물론, 독일 산업계의 신뢰할 수 있는 핵심 협력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보여준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양국의 협력 확대는 경제를 넘어 안보·국방 분야로도 이어진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번영이 갈수록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정례적인 군사 교류와 훈련 협력을 추진하고 정보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 의지도 재확인했으며, 양국 방산기업이 상호 이익이 되는 추가 협력 기회를 발굴하도록 장려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에 이은 공식만찬에는 양국 경제인 등 60여 명이 초청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정몽원 HL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독일에서는 롤란트 부쉬 지멘스 최고경영자 겸 독일경제 아시아태평양위원회(APA) 위원장과 마르쿠스 디엘 디엘 디펜스 오너, 아론트 프란츠 말레 최고경영자 등이 함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