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PwC "중국 반도체 경쟁력, 개별 기술보다 '생태계'에서 나와"

입력 2026-10-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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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단순한 기술 추격 관점이 아니라,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개발·검증·양산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선단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일부 첨단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도기업에 뒤쳐져 있지만, 거대한 내수시장과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삼일Pw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실체: 중국 반도체 부상이 한국에 던지는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공급망 영향력 △가치 사슬별 기술 경쟁력 △산업 및 시장 수요 △미래 성장성 등 네 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준비해야 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개별 기업이나 특정 기술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구축해온 정책·자본·시장·지역 클러스터·인재가 결합된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AI 등에서 발생한 수요가 생산 확대로 이어지고, 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양산 경험과 공정 데이터가 품질·수율·원가 개선과 재투자로 연결되는 성장 선순환 구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2024년 기준 글로벌 전자제품 생산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으며,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능력의 25% 이상과 후공정 생산능력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투자의 40% 이상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거대한 수요시장과 생산 기반이 중국 기업의 초기 고객이자 제품 검증 무대로 기능하며, 중국 내 수요를 자국 기업 중심의 공급망으로 연결하는 ‘중국을 위한 중국(China for China)’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통제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AI가속기 등 일부 설계 분야와 성숙공정 파운드리, 범용 D램·낸드플래시, 전통적 패키징 분야에서 경쟁권에 진입했다. 반면 선단공정에서는 수율과 제조원가, HBM에서는 시장 검증과 상업 공급, 장비에서는 노광 및 계측·검사, 소재에서는 첨단 포토소재, 첨단 패키징에서는 AI 반도체 통합 양산 경험 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보고서는 향후 중국의 시장 영향력이 최첨단 기술보다 범용 메모리와 성숙공정, 후공정, 일부 장비·소재에서 먼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들 분야는 이미 생산기반과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공급량과 고객 기반이 확대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단공정, HBM, 첨단 패키징 같은 최첨단 분야에서는 제품 개발을 넘어 높은 수율과 안정적인 원가를 확보하고, 시장 검증을 거쳐 실제 공급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가르는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은 생산량과 시장점유율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범용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의 공급 확대에 대비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해야 한다. HBM·AI 메모리·첨단 패키징·핵심 설계자산(IP) 등에서는 선행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우위를 실제 고객과 시장에서의 우위로 연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반도체 단품 경쟁력을 넘어 AI·데이터센터·로봇·자율주행·스마트 제조 등 수요산업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과 국산화 중심의 지원을 넘어, 고객 생산라인에서의 검증과 양산 경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개방, 초기 구매 지원, 공동 검증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대중국 전략도 일률적인 진출이나 철수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라 창출되는 장비·소재 등의 사업 기회는 적극 활용하되, 선단공정과 핵심 설계 자산, 핵심 인력 등 전략기술과 역량은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형 PwC컨설팅 반도체 섹터 리더(파트너)는 “중국이 키우고 있는 것은 개별 반도체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가 반복적으로 채택되고 개선될 수 있는 시장과 산업 생태계”라며 “향후 반도체 경쟁에서는 더 많은 고객과 수요산업, AI 인프라를 확보한 국가가 유리하다. 한국도 기술 강국을 넘어 기술을 시장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삼일PwC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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