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 23일 미국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다. 마이크론 등 AI·반도체주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중동발 유가 불안과 이번 주 대형 이벤트를 앞둔 경계심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우지수는 1.2%, S&P500지수는 0.5%, 나스닥지수는 0.2%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4% 올랐다.
국내 증시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장중 4% 넘게 급락했지만 과매도 인식과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미국 상장 검토 중단 공시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메타의 현금흐름 악화로 빅테크 투자 수익성 우려가 커졌고 고금리와 고유가 부담도 남아 있다. 이익 추정치에 대한 시장 신뢰 역시 약해진 상태다.
이번 주에는 굵직한 이벤트가 주 후반에 몰려 있다. 10월 FOMC와 미국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정돼 있다.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빅테크 실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발표한다.
매크로에서는 FOMC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AI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위험 확대를 감안하면 이번 회의는 지난 9월보다 매파적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 관심은 기준금리 동결 여부보다 향후 긴축 경로에 쏠릴 전망이다. 12월 금리 인상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기 때문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추가 긴축에 얼마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지가 관건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미국 빅테크가 첫 시험대다. 시장은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현금흐름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성장과 설비투자 확대 이후 잉여현금흐름 변화가 핵심이다. 알파벳은 클라우드 수익성과 광고 사업에서 AI 활용 성과가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성장률과 AI 서비스 수익화 속도가 관전 포인트다.
높은 설비투자를 유지하면서도 클라우드 매출과 현금 창출 능력이 함께 개선된다면 최근 확산된 AI 과잉투자 우려는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투자 확대에 비해 수익화가 지연된다면 반도체와 AI 인프라주의 주가 회복력은 다시 약해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증시 분위기를 바꿀 핵심 이벤트다. 특히 현재 이익 규모보다 2027~2028년 이후 반도체 이익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에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주가는 부진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HBM과 범용 D램의 수요와 가격 전망이 핵심이다. 생산능력 확대가 향후 수급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확인해야 한다.
주주환원 정책도 변수다. 삼성전자는 3분기 약 30조원 규모 현금배당 확정 여부가 관심사다. 내년 1월 발표할 추가 주주환원의 규모와 방식도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 철회 이후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을 구체화할지가 관건이다. 최근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면서 국내 증시 수급이 얇아진 만큼 추가 주주환원은 수급 불안을 진정시킬 재료가 될 수 있다.
비반도체 실적도 중요하다. 삼성전기와 한화오션, 현대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최근 비반도체 업종도 반도체와 함께 조정을 받은 만큼 개별 실적에 따라 업종별 반등 탄력은 차별화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주는 방향성보다 변동성에 대비할 시점이다. FOMC가 금리 불안을 낮추고 빅테크와 국내 반도체 실적이 이익 신뢰를 회복시킨다면 급락 이후 반등의 지속성도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다시 커질 경우 코스피는 5300~5800선 안에서 추가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