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유값 9월 갤런당 6.52달러 사상 최고
러시아 정유 차질에 공급 약속 이행 불투명
유럽 불참 가능성⋯글로벌 가격 안정도 난망

10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6.52달러(약 8762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폭등한 수준이다. 현재도 가격은 갤런당 6.2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유 가격이 치솟은 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송유관과 홍해 일대 공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타격 등이 겹친 결과다.
경유 가격 상승은 운송과 농업 비용을 높여 식품과 소비재 가격을 밀어 올리는 만큼 내달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물가 부담 주범이나 다름없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호소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응답률이 높게 집계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손 내민 이유 역시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려는 것과 관련 깊다. 앞서 주요 7개국(G7)이 비축 원유와 경유를 1억 배럴 방출하기로 했지만, 단기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까지 건드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공급만으로 가격을 의미 있게 낮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크리스 보샴 IG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 방식”이라며 “독재자와의 합의를 발표하면서 겉보기에 인상적인 수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어떤 목표든 달성할 수 있을지는 전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산 경유 일부가 실제로 해외에 공급되더라도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미셸 비제 보크먼 윈드워드 해양정보 애널리스트 역시 “일반허가를 발급한다 해서 미국 내 경유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큼 충분한 물량을 수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생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러시아는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 여파로 연료 부족과 수출 제한을 겪고 있다. 닐 앳킨슨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 산업·시장 국장은 “아주 단기적으로 볼 때 러시아가 자국 내수시장에 공급할 물량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이번 합의에서 언급된 규모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대러 제재 강화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를 구매하지 않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글로벌 시장 안정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앳킨슨 전 국장은 “4년간 유럽이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 노력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 정부가 어떻게 도덕적으로 러시아산 구매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패트릭 드 한 가스버디 애널리스트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작은 조치들을 했는데도 물가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가격을 의미 있게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비싼 가격을 유발한 지정학적 긴장 한 가지 또는 둘 다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