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한국의 기업개혁과 반도체 산업을 주요 투자 기회로 지목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저평가 기업의 가치 재평가 가능성과 AI 투자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 성장이 한국 증시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8일 KKR에 따르면 헨리 맥베이 글로벌 매크로 및 자산배분(GMAA) 총괄 겸 밸런스시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발표한 '현장에서 본 투자 전망(Thoughts From the Road)'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개혁과 반도체 산업을 유망 투자 테마로 제시했다.
맥베이 CIO는 "한국 기업개혁은 한층 더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보인다"며 "한국이 반도체로 주목받아 온 데 더해 새롭게 전개되는 기업개혁에도 투자자들이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KR은 한국 증시에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일본 토픽스(TOPIX)보다 높았다. PBR 1배 미만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KKR은 이러한 저평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개혁을 통해 시장에서 가치를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증시 재평가의 계기로 작용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유사한 투자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기업개혁을 촉진할 제도적 변화로 '베어허그(bear-hug)' 인수합병(M&A) 관련 입법 움직임을 언급했다. 이는 인수 희망자가 대상 기업의 요청 없이 인수를 제안하더라도 이사회가 해당 제안을 공시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제도 개선만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관련 정보 공개 확대, 사법부의 집행 역량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KKR은 한국의 기업개혁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변화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될 장기 투자 테마라고 평가했다. 관련 투자 기회 역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산업도 한국의 주요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강한 반도체 수요와 제한적인 공급 여력, 견조한 가격 흐름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제시된 올해 8월 6일 기준 추정치에 따르면 기술 업종이 2026년 코스피 전체 주당순이익(EPS)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내년에는 이 비중이 7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 업종이 국내 증시의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미다.
KKR은 AI 투자 수혜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장비와 소재, 전력,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아시아 지역의 장기 투자 테마로는 소비 수준 향상, AI 관련 산업·인프라, 기업개혁, 역내 교역, 탈탄소화 등을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 환경에 대해서는 AI뿐 아니라 방산과 인프라, 에너지, 공급망 강화 분야에서도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투자 확대가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KR은 국채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실물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기존 자산배분 전략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모시장에서는 생산성 개선을 동반하는 기업개혁 관련 투자와 기업별 자금 수요에 맞춘 맞춤형 자본 솔루션에 주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