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에서 불이 났다, 김해에는 지금도 그 화재의 폐기물질이 남아 있다"

입력 2026-10-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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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프레스센터에서 유독성 폐기물 적재 실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김해시 프레스센터에서 유독성 폐기물 적재 실태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7일 오후,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 5개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마이크 앞에 섰다.

손에는 두툼한 신고서 사본과 현장 사진이 들려 있었다.

"영천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런데 영천에 쌓인 유해물질은 김해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김해에는 지금도 그 물질이 남아 있습니다."

2026년 9월 28일 오후 8시30분, 경북 영천시 임고면의 한 폐기물처리공장에서 불이 났다. 진화에 6시간 20분이 걸렸다. 소방당국이 추정한 원인은 폐배터리 자연발화였다.

사단법인 초록생활·부산경남솔개나루지킴이·낙동강민간환경조사단·부산해양강국범시민추진협의회·사단법인 미래사회를준비하는시민공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시 삼계동 소재 폐기물 사업장에 대한 낙동강유역환경청·김해시·소방당국의 즉각적인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그들이 주목한 건 영천의 화재가 아니라 그 이후다.

불이 난 영천 임고면 공장과 장기 적재 의혹이 제기된 김해 사업장은 서로 다른 곳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둘을 같은 맥락으로 읽는다.

지난 9월 2일 한 업체 대표가 관계 당국에 폐기물 불법 투기 및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를 신고했다.

신고서는 김해시 삼계동과 영천시 금호읍이 같은 법인의 두 사업장이며 2021년 11월 영천 사업장 매입 이후 김해에서 처리하지 못한 유해 폐기물을 영천으로 보내 상습 적재해 왔다고 적시하고 있다.

신고서에는 현장 사진과 전직 운송업체 직원의 사실확인서, 재직 증명자료가 첨부됐다.

9월 18일 언론 보도가 나왔다. 9월 28일 화재가 났다. 그리고 오늘 10월 7일, 한 달이 지났다는 부분을 강하게 강조햇다.

기자회견장에서 꺼내든 신고서는 구체적이었다.

김해 사업장의 적재 물질은 폐유·발암성 유독물·폐페인트다. 폐페인트의 주요 성분에는 톨루엔·자일렌·MEK(메틸에틸케톤) 등 인화성이 매우 높은 유기화합물질이 포함돼 있다.

영천의 폐배터리가 자연발화를 기다렸다면 김해의 물질들은 자연발화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

신고서는 이 물질들이 부식·팽창해 주황색으로 변색된 드럼통에 방치돼 있으며 소화 설비도 오염 방지시설도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위험물 스티커 없이 일반 화물차로 운송하도록 지시받았다는 전직 운송업체 직원의 진술도 담겼다.

문제는 입지다. 김해 삼계동은 주거지가 인접한 시가지 권역이다.

영천 임고면과는 인구 밀도가 다르다. 인근에는 저수지가 있고 이 일대는 낙동강 수계에 속한다. 낙동강은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다.

"영천에서 6시간 20분 동안 쏟아부은 오염된 소화수가 어디로 흘렀는지 주민들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김해에서 화재가 난다면 그 물은 어디로 향하겠습니까."

점검 전에 현장이 정리됐다

기자회견장의 목소리는 여기서 더 높아졌다.

환경단체가 관계 당국에 문제를 제기한 뒤 주민들은 영천 사업장에 쌓여 있던 물질이 줄어들고 배수로 주변의 오염된 액체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점검이 시작되기 전에 현장이 정리된 것이다.

마을 이장은 2025년 5~6월경부터 야간 반입이 잦아졌다고 증언했다.

이장은 이를 시의원과 영천시에 알렸으나 조치는 없었다. 해당 시의원은 "김해에서 영천 공장으로 가져온 생산 자재"라고 해명하면서도 그 사업장에 생산 능력이 없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생산하지 않는 공장에 생산 자재가 1년 넘게 쌓여 있었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 기관에 직접 물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는 묻는다. 9월 2일 신고가 접수됐고 9월 18일 언론 보도가 나왔으며 9월 28일 화재가 났다. 한 달이 지났다.

김해 사업장의 보관 기준과 허가 품목, 실제 적재물의 일치 여부를 확인했는가.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해시에는 최근 3년간의 점검 이력과 민원 처리 내역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소방당국에는 인화성 물질 보관량·용기 상태·소화설비 적정성 점검과 위험물안전관리자 선임 여부 확인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두 사업장 간의 폐기물 이동 전량 추적, 영천에서 줄어든 적재물의 행방 확인, 주민과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불시점검 실시, 위반 확인 시 영업정지·허가취소 등 최고 수위 행정처분 집행도 요구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한 단체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신고가 있었습니다.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이 났습니다. 세 번의 경고가 있었습니다. 이제 김해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답해야 합니다."

폐기물관리법·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이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례적으로 김해시는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김해시는 "2026년 10월 7일 낙동강 유역환경청과 1차 합동점검을 실시하였으며, 사업장 내 보관물질의 보관상태 및 폐기물 실태 등을 혹인 하였다"고 밝혔다. 영천 사업장에 적재되어 있던 물질은 김해 사업장으로 반입되어 총 25톤이 적법하게 처리 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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