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의 신상품 설계가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낸드·고대역폭메모리(HBM)·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으로 투자 대상을 쪼개고, 신규 ETF에서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혼합형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액티브 상품도 코스닥·바이오·미국 대표지수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6일 한국거래소 신규 상장 ETF 목록을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 상장한 99개 가운데 주식·채권 혼합형은 11개로 11.1%를 차지했다. 3분기(9월 22일까지)에는 신규 상장 41개 중 11개가 혼합형으로 비중이 26.8%까지 높아졌다. 신규 상품 4개 중 1개꼴이다. 액티브 상품 비중도 상반기 38.4%(38개)에서 3분기 41.5%(17개)로 3.1%포인트(p) 상승했다.
채권혼합형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쓰임새가 크다. 주식 편입 비중이 50% 미만인 채권혼합형은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에 속한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11월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이들 상품의 주식 편입 한도를 기존 40% 이내에서 50% 미만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확정기여(DC)형·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위험자산 한도 70%를 주식형 ETF로 채운 투자자도 나머지 30%를 채권혼합형에 배분해 주식 노출을 추가할 수 있다. 한수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실적배당형의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퇴직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금액이 3년 연속 100%대 증가율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을 섞는지도 달라졌다. 거래소 목록상 상품명에 미국 기업이나 미국 지수를 내건 혼합형은 상반기 ‘IBK 미국AI TOP10국채혼합50’ 1개였지만 3분기 들어 9월 22일까지 ‘TIGER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1Q 엔비디아알파벳미국채혼합50’, ‘KIWOOM 미국우주테크TOP2채권혼합50’ 등 6개가 상장됐다. 같은 기간 혼합형 11개 가운데 8개는 상품명에 특정 기업명이나 ‘TOP2·TOP3’를 내걸었다. 11개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 1개도 포함됐다.
주식형 액티브도 영역을 넓혔다. 3분기 신규 주식형 액티브 12개에는 ‘RISE 코스닥커버드콜액티브’, ‘ACE K바이오코스닥액티브’, ‘TIGER 미국테크NYSE100액티브’, ‘HANARO 미국S&P500액티브’ 등이 포함됐다. ‘IBK 한미대표기업TOP2+채권혼합50액티브’처럼 혼합형에 액티브 운용을 더한 상품도 3개 상장됐다. 투자 대상뿐 아니라 운용 방식까지 세분화되면서 ETF 선택지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상품은 투자 범위가 더 세밀해졌다. 3분기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CPU와 AI메모리, KB자산운용은 낸드메모리, 한화자산운용은 HBM과 소부장에 투자하는 상품을 각각 내놨다. 7일 상장하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글로벌DRAM반도체플러스’는 한국·미국·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10개 종목을 담고, 이 가운데 D램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각각 25%씩 배분한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AI 산업 성장의 핵심 병목 영역”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확대로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의 대표적인 공급 제약 영역이 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