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평택 물길 훑고 이천 수질까지…반도체 방류수 '기준 공백' 드러났다

입력 2026-10-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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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하류 염소 FAO 권고 2배·황산 49배… 배출기준 신설 요구

경기도가 용인과 평택에 이어 이천까지 반도체 공장 물의 흐름과 수질을 잇달아 확인했다. 용인에서는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에서 안성 고삼저수지까지, 평택에서는 삼성전자 수처리시설에서 평택호까지 방류 경로를 따라갔다.

5일에는 SK하이닉스 방류수가 흘러드는 이천 죽당천의 수질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방류구 하류 0.4km 지점의 염소이온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개용수 권고 수준의 2배를 웃돌았고, 황산이온은 방류 영향을 받지 않는 복하천 배경지점의 약 49배였다.

국내 하천 수질기준이 있는 9개 항목은 모두 기준 이내였다. 그러나 염소·황산이온을 농업용수 관점에서 관리할 국내 기준은 없다.

▲경기도 관계자가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천 SK하이닉스 방류 하천 수질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 조사에서 방류구 하류 0.4km의 염소이온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개용수 권고 수준의 2배를 웃돌았고, 황산이온은 방류수 영향이 없는 복하천 배경지점보다 약 49배 높게 나타났다. (경기도)
▲경기도 관계자가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천 SK하이닉스 방류 하천 수질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경기도 조사에서 방류구 하류 0.4km의 염소이온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개용수 권고 수준의 2배를 웃돌았고, 황산이온은 방류수 영향이 없는 복하천 배경지점보다 약 49배 높게 나타났다. (경기도)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추미애 경기도지사 지시로 이천 SK하이닉스 방류수가 유입되는 죽당천을 8월26일, 9월2일, 9월3일 세 차례 조사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가동 뒤 방류수가 고삼저수지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공정이 비슷한 이천 사업장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용인 방류수를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9개 항목 기준 이내…기준 없는 두 이온은 7.4km까지 FAO 권고 웃돌아

국내 하천 수질 기준이 있는 9개 항목은 모두 기준보다 낮았다. 기준이 없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에서는 다른 수치가 나왔다. 방류구 하류 0.4km 지점의 평균 농도는 염소이온 731mg/L, 황산이온 1561mg/L였다. 1.9km 지점은 각각 639mg/L와 1338mg/L, 7.4km 지점은 513mg/L와 1060mg/L로 방류구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졌다.

그러나 7.4km 지점에서도 염소이온은 FAO 지표 관개 기준(355mg/L)을, 황산이온은 통상 범위 상단(960mg/L)을 웃돌았다. 복하천 배경지점의 평균 농도는 염소이온 71 mg/L, 황산이온 32 mg/L로, 0.4km 지점과 비교하면 염소이온은 약 10배, 황산이온은 약 49배 차이가 난다.

FAO는 관개용수의 염소이온 농도가 높으면 작물에 쌓여 생육에 영향을 줄 수 있고, 355mg/L를 넘으면 민감한 작물에 '심한 제한(Severe restriction)'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황산이온은 고농도일 때 토양 염류 축적이나 작물의 양분 이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0~960mg/L를 통상 범위로 제시한다.

FAO 수치는 국내 법정 배출기준이 아닌 관개용수 평가지침이다. 두 물질은 지하수나 하천수 같은 자연수에 흔히 녹아있는 성분으로 치명적인 유해물질은 아니라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먹는 물에는 염소이온 250mg/L 이하, 황산이온 200mg/L 이하라는 기준이 있지만, 하천·호소를 농업용수로 쓸 때 적용할 기준은 없다.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가운데)가 9월17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서 고삼저수지로 이어지는 방류수 이동 경로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가운데)가 9월17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서 고삼저수지로 이어지는 방류수 이동 경로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은 고삼저수지까지, 평택은 평택호까지

경기도는 이번 발표에 앞서 방류수가 흘러갈 길을 현장에서 먼저 확인했다. 앞서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9월 17일 반도체산업과·기후환경관리과·보건환경연구원 등 도 관계부서, SK하이닉스, 용인일반산업단지㈜ 관계자들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찾았다.

이번 수질조사를 맡은 보건환경연구원도 동행했다. 일행은 산단 현장사무소에서 추진 상황을 들은 뒤 잿말천·고당천·한천을 거쳐 안성 고삼저수지까지 이어지는 방류수 이동 경로 전 구간을 살폈고, 정화처리 과정과 수질관리 계획도 점검했다.

주 부지사는 "관계기관은 기업 측이 수립한 수질개선 대책이 적정한지 확인하고, 기업은 주민 소통을 더욱 강화하는 등 산업단지가 적기에 조성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상생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보름 뒤인 1일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주 부지사는 P5 팹 건설현장과 P4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반도체 공정 폐수를 1차 처리하는 사내 수처리시설 '그린동'과 고덕 공공폐수처리시설, 최종 방류지점인 서정리천을 차례로 점검했다. 공장 물이 서정리천에서 진위천과 안성천을 거쳐 평택호로 이어지는 경로도 현장에서 확인했다.

주 부지사는 "반도체산업의 빠른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용수의 고효율 재활용과 방류수의 엄격한 환경관리가 병행되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 부지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팹 건설현장과 P4 생산라인, 사내 수처리 시설 '그린동', 고덕 공공폐수처리시설, 서정리천 방류 지점을 차례로 점검했다. (경기도)
▲주 부지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팹 건설현장과 P4 생산라인, 사내 수처리 시설 '그린동', 고덕 공공폐수처리시설, 서정리천 방류 지점을 차례로 점검했다. (경기도)

△고삼저수지 '농업용수 적합'…안성 주민 반발은 계속

용인 SK하이닉스 방류수가 유입될 예정인 한천은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Ⅰ등급, 고삼저수지는 TOC(총유기탄소) Ⅲ~Ⅳ등급이다.

현재 두 곳 모두 농업용수로 쓰기에 적합하다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그러나 고삼저수지를 농업용수로 쓰는 안성에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고삼면 농업인들은 9월 15일 안성에서 집회를 열고 2021년 체결된 상생협약의 철회·파기를 요구했다. 주최 측은 300여 명, 경찰은 2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고, 일부 농민은 안성시청까지 약 2km를 삼보일배로 이동했다. 안성시는 시험방류에는 반대하면서도 기존 상생협약 틀 안에서 수질·하천 안전 등 세부사항을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염소·황산 허가배출기준 요청…추미애 "TSMC처럼 재사용률 높여야"

경기도는 수질조사와 함께 제도 보완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도는 8월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용인 SK하이닉스 통합환경사업장에 현행 허가 배출기준보다 강화된 환경영향평가 협의기준을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기준이 없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에도 사업장 허가 배출기준을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추 지사는 7월과 8월 반도체 용수 사용량과 폐수 방류량을 줄이고 공정수 재이용을 늘리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추 지사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처럼 공정수 재사용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며 "공공이용수를 공급하는 만큼 기업도 폐수 감축과 재이용 기술 개발·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도는 고삼저수지와 주변 하천 수질을 계속 조사하면서 염소·황산이온의 사업장 허가 배출기준 마련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문희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 직무대리는 "이천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수준의 염소·황산이온이 내년 2월부터 고삼저수지로 유입된다면 이에 대비한 연구와 실효적인 방류수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계속해서 이 지역에 대한 수질을 조사해 최적의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기초자료를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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